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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태클'…북한 달리는 남측 열차 부담스러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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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개성-문산간 철로를 통한 방북 요청 승인못해"
우리 열차가 북한 신의주역까지 운행하며 경의선 북측구간 공동 조사 계획 무산
"미국, 대북제재 관련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 전달될까 우려하는 듯"

신의주청년역 모습(사진=오늘의 조선 제공)

 

우리 열차가 북한 신의주역까지 직접 달리면서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을 공동조사하려던 계획이 유엔사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당초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경의선 북측 구간을 공동조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단순히 인력만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열차를 운행하면서 철도 연결과 현대화 작업에 필요한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기관차와 객차를 연결한 총 7량의 열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개성~신의주간 철도 상태를 직접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분계선을 지난 북측 구간부터는 통신이나 신호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북측 기관차가 객차를 끌고, 남측 기관차는 먼저 돌아오기로 했다.

군사분계선 통행은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부는 관련 전문가들의 방북과 열차 반출 계획 등을 유엔사에 통보했는데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이날 "한국 정부와의 협조하에 8월 23일 개성-문산간 철로를 통한 정부 관계자의 북한 방문 요청을 승인하지 못한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불허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런데 그 사유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 방북 48시간 전에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48시간 문제는 논점이 아니다"며 "48시간 이후라도 서로 협의해서 대부분 승인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유엔사도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 48시간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방문과 관련된 정확한 세부사항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유엔사는 통일부에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 전반에 대한 세부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가 군사분계선 통행계획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며 방북을 승인해주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엔사의 재량권을 넘어선 '주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사실상 유엔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협력사업만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간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대북 협상력이 낮아진다는 것으로, 최근 '중국 때문에 비핵화 문제가 안풀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중국 비난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혹시라도 대북 제재와 관련해 잘못된 시그널이 북한에 전달되면서 결과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전제로 남측의 열차가 개성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달리는 것을 북한 당국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제재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은 제재 국면이고 복잡한 면이 있다.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사안인 것 같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철도 공동조사 계획과 관련해 미국이 뭔가 불편해하는 구석이 있기는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일단 유엔사에서 요청한 세부 자료들을 제공하고 철도 현지 공동조사의 취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미국과도 계속 협의하면서 방북 날짜를 다시 잡는다는 계획이지만 폼페이오 4차 방북 무산 등 복잡한 비핵화 방정식이 풀리기 전에는 재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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