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냐, 변칙이냐' 한국 야구 대표팀은 오는 30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의 최대 고비인 일본과 슈퍼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선발 투수로 우완 최원태(왼쪽)이 나설지,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이 중책을 짊어질지 관심이다.(사진=KIA, 이한형 기자)
어쨌든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논란에 장염에 몸도, 마음도 편치 않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적 일본을 눌러야 한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홍콩과 B조 3차전에서 21 대 3으로 이겼다. 조별리그 2승1패로 대만(3승)에 이어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슈퍼라운드를 통해 결승 진출을 노린다. 30일 A조 1위 일본, 31일 A조 2위 중국과 맞붙는다.
결승행을 위해서는 무조건 일본을 잡아야 한다. 대만에 당한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나서는 대표팀에게 패배는 곧 결승 진출 무산이다.
여기에 일본을 이겨도 대만이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질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세 팀이 2승1패로 동률이 되면 팀 퀄리티 밸런스(TQB)를 따진다. 간단히 얘기해서 한국이 일본을 정규이닝 안에 2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 결승행 확정이다.
하지만 일본은 대만 이상의 강적이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모였지만 2개월 동안 합숙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졌다. 대만도 다수의 실업 선수들이 모였지만 해외 전지 훈련으로 전력을 가다듬어 한국을 2 대 1로 눌렀다. '일본통'인 선 감독은 "일본의 전력이 대만보다 나은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30일 한국과 운명의 대결을 펼치는 일본 야구 대표팀.(사진=아시안게임 조직위)
일본의 예봉을 꺾어야 할 선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3경기 모두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중국에 17 대 2, 파키스탄에 15 대 0, 태국에 24 대 0 대승을 거뒀다. 물론 약체라고 하지만 3연승 상승세를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 타선이 제 컨디션이 아니라 초반 실점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일본전 선발 투수후보로는 최원태(넥센)이 꼽힌다. 현재 KBO 리그 국내 선수 최다승(13승7패)이다. 지난 27일 인도네시아와 B조 2차전에서 1이닝을 던져 1피안타 무실점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현 대표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 중 하나다. 순서 상으로도 최원태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하지만 결승 진출의 최대 고비인 점을 감안하면 양현종(KIA)의 등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MVP 양현종은 대표팀의 에이스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최원태는 이번이 첫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라 큰 경기의 부담감을 이겨낼지 미지수다.
양현종은 지난 26일 대만과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만약 일본전에 선발로 나선다면 4일 만의 등판이다. 3일 휴식만 취해 4, 5일 쉰 뒤 등판하는 KBO 리그보다 짧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양현종이 역투하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다만 양현종은 대만전 투구수는 72개였다. 살짝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일본전 선발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양현종은 지난 16일 KBO 리그 등판 이후 9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김광현(SK)처럼 정교함이 돋보이는 일본 타자들에게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수가 강했던 과거 사례를 보면 양현종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진다.
만약 양현종이 일본전에 나선다면 대만의 진출 가능성이 유력한 결승에 최원태가 나설 수 있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대만전 호투를 펼친 임기영(KIA)의 등판 가능성도 있다.
선 감독은 대회 전부터 "대만전 선발이 결승에서도 등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만전 패배로 대표팀의 일정이 꼬여버렸다. 이제부터 단 한번의 패배면 결승은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선수 선발과 관련한 논란과 졸전에 대한 비난 등 대회 전후로 몸살을 앓은 선동열 호. 과연 대표팀의 명운이 걸린 한일전 선발 투수의 중책을 누가 맡을까. 선 감독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