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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 홈런을 축하한 인도네시아, 여유를 잃은 한국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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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인도네시아 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 제공=INASGOC)

 


한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인도네시아에게 15대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황재균이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 때 인도네시아 내야수가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내민 장면이었다.

홈런을 허용한 팀의 선수가 홈런을 때린 타자를 축하하는 장면은 야구 경기에서 거의 보기 어렵다.

"깜짝 놀라서 (하이파이브를) 하긴 했다"며 미소를 지어 보인 황재균은 "야구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그런 부분은 보기 좋았다"며 깊은 인상을 받은듯 보였다.

전쟁과 자주 비교되는 스포츠에서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된 경우가 있다. 선수들이 패배를 각오하고 경기장에 들어서야 할 때도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인도네시아 야구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홍콩에 4대7로 졌고 한국전은 5회말에 끝났다. 28일로 예정된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완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들은 대회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매경기 매순간을 즐긴다.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울 때보다 밝을 때가 더 많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예선 최종전 상대는 홍콩이다. 28일 오후 2시(한국시각)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다.

홍콩의 치 캄 치우는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은 우리와 수준이 다른 팀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준비한대로 경기를 할 것이다. 차분하게, 또 자신감을 갖고 공을 강하게 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전 패배를 이미 예상하고 있지만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대만전 패배로 암울한 분위기에 빠져야 했고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라는 외부의 시선 속에서 매경기 사투를 벌여야 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처지와는 서글픈 대조를 이룬다.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자세에 참가 이상의 가치가 부여됐고 선수 선발에서 비롯된 비판적 시선은 대표팀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없잖다. 강력한 우승후보의 부담과 고민 역시 종합 스포츠 대회의 한 단면이기는 하나 야구 대표팀만 지금 전혀 다른 대회에 나서고 있는듯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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