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절정기인 지난달 27일 강원 양양군 동호해수욕장의 한산한 모습.(사진=전영래 기자)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18% 가까이 급감하면서 해수욕장 이미지 제고와 함께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폐장한 동해안 6개 시·군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846만7737명으로 지난해 2243만7518명보다 396만9781명(17.7%)이나 줄었다.
지난 2012년 1925만 명을 기록한 이후 2015년에는 2578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처음으로 2천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동해시가 지난해 절반도 안되는 176만 명이 찾아 51.4%나 감소했으며 속초시 32.5%, 삼척시 20.4%, 고성군 15.3%, 양양군 10.9% 등의 순으로 줄었다.
반면 강릉은 KTX 개통 효과 등으로 633만명이 방문해 지난해보다 5.9% 증가했다.
이처럼 동해안 대부분 지역의 해수욕장 피서객이 줄어든 것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기상변수가 먼저 손 꼽히고 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피서객들은 한 낮에 뜨거운 백사장과 그늘도 없는 해수욕장을 꺼렸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간당 최고 93㎜의 기습폭우가 쏟아져 해변 상가들이 물에 잠기고, 높은 파도로 수영도 금지되는 날이 잦아 피서객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도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에다 집중호우, 그리고 높은 파도까지 겹치면서 관광객들이 해수욕장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었다"고 "이 같은 기상변수가 피서객 감소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폐장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강릉 경포해변의 한 횟집이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없어 텅텅 비어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일각에서는 기상변수도 피서객 감소의 원인이지만 동해안 해수욕장하면 떠오르는 '바가지 요금' 이미지와 함께 파라솔 대여 등의 운영 문제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원영동CBS가 지난달 초 강원 동해안 지역의 숙박비를 타 지역과 비교한 결과 최대 1.7배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7월 30일 1박 하는 것을 기준으로 종합숙박앱 '여기어때' 사이트에서 펜션 가격을 분석한 결과 강릉은 평균 20만8천 원, 속초는 평균 19만3천 원을 보였다.
반면 제주의 펜션 숙박비는 평균 12만1천 원, 충남 태안은 평균 13만8천 원으로 분석됐다.
관광객 하홍현(25)씨는 "동해안 지역의 숙박비가 비싸다고 느꼈다"며 "보통 관광지에 와서 소비하는 비용 중 숙박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비싼 숙박요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최모(45.서울)씨는 "솔직히 고향이 여기라서 가족들과 함께 왔다"며 "하지만 주위에서 동해안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을 말할때마다 괜히 부끄러워지곤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파라솔이나 튜브 대여비 등의 문제도 해수욕장 이미지에 대한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어 운영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피서객 김모(41.경기 안산)씨는 "가족들과 잠깐 몇 시간 놀고 가는데 파라솔과 튜브 대여에 몇만 원씩 지출하는 것이 비싸지는 않지만 기분상으로 좋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동해안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바가지 요금도 많이 사라지고 있으며 해수욕장 운영에 대한 불만이 피서객 감소로 이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해외여행과 실내 물놀이, 캠핑 등 피서 트렌트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해수욕을 즐기는 것 외에 피서객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곤돌라나 루지 등과 같은 즐길거리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