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가 북측 손녀 고옥화씨로부터 술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때? 나랑 아들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
20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아들과 마주한 91살의 이기순 할아버지는 가족관계를 자세히 물어보며 아들임을 확신하자 "내 아들이 맞아. 내 아들이야"라며 크게 웃었다.
이 할아버지는 아들 강선(75)씨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며 다른 가족들에게 닮았는지를 물어보았고, '그렇다'는 대답에 "그렇지. 똑같지!"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93살의 함성찬 할아버지는 북측 동생 동찬(79) 씨를 만나자마자 "딱 첫눈에 내 동생인줄 알았어. 어머니를 애가 쏙 빼다 박았어"라며 손을 잡고 웃었고, 동생도 "나도 형인줄 바로 알았습네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88살의 조봉임 할아버지는 북측 아들 영호(67)씨를 상봉 2시간 내내 기억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최고령자인 101살의 백성규 할아버지는 자신을 붙잡고 연신 눈물을 흘리는 북측의 며느리와 손녀를 향해 계속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백씨의 며느리는 사망한 남편(백씨의 아들)의 옛날 사진들을 꺼내 시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북측 관계자들이은 백씨의 가족을 위해 디지털카메라로 즉석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단체상봉 도중에 의료진이 긴급 출동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92살 송영부 할머니가 갑자기 기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한 것이다. 의료진은 "할머니가 처음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올 때부터 기력이 좀 없다고 했다"면서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좀 쉬고 싶어하신다"고 말했다.
송 할머니와 동행한 사위는 "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북측 조카들을 안심시켰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의 단체상봉을 마친 남북 이산가족들은 저녁에는 북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해 65년만에 한상에 마주앉아 식사를 같이 했다.
제대로 된 밥상한번 차려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된 듯 가족들은 서로에게 음식을 건네며 못하단 이야기 꽃을 피웠다.
92살 이금섬 할머니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에게 빵을 잘라 건네줬고, 99살 한신자 할머니의 북측 딸은 고령으로 손이 떨려 젓가락질을 못 하는 노모에게 닭고기를 집어서 먹여 줬다.
박용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환영 만찬 연설에서 "남북의 적십자단체가 화해와 단합, 평화를 위해 뜻과 힘을 하나로 합쳐나감으로써 인도적 문제 해결의 새로운 장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일 부위원장은 "지금 온 겨레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북남 인도적 협력 사업의 첫걸음으로 되는 이번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북남관계 개선과 발전을 적극 추동해 나가는 또 하나의 의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바라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답사에 나선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답사에서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살아있는 동안에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자유롭게 만나고 추억이 깃든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