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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간 울린 총성…美사격장 피해에 주민들 대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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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8군, 지난달 6일부터 포천 영평사격장서 사격훈련 재개
'일방적 통보' 주민들 반발…각종 피해에 대책마련 촉구
미군, 통일 되도 사격장은 유지…대책위 "과거·현재 피해 보상돼야"

주한 미8군의 다목적 종합사격장인인 포천 영평사격장.<사진=고태현 기자="">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영평리에 위치한 주한 미8군의 다목적 종합사격장인 영평사격장 입구.

1000일이 넘게 농성을 이어온 범시민대책위원회 천막에 들어서자 "타다당, 타다당, 타다당" 자동화기 총성이 울렸다.

이후 5분 간격으로 3차례에 걸쳐 총성이 이어졌고, 큰 총소리에 36도의 폭염에도 몸이 움츠려 들었다.

이승모 영송리 이장은 "총소리는 소음 축에도 못 든다. 별거 아니다"라며 "탱크와 전투기, 헬기 등이 포탄을 쏟아 부으면 엄청난 소음으로 정신이 없는데 훈련이 밤늦게까지 계속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만해도 포탄의 화력이 크지 않아 살만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소음이 많이 커졌다"며 "그때가 '10'이라고 하면 지금은 '80'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소음·진동·도비탄' 피해…주민들 64년간 고통

1954년 5월 조성된 영평사격장의 면적은 1,322만㎡로 훈련장 둘레만 20㎞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훈련장에는 탱크, 헬기, 155mm야포, 박격포, 각종 소총 훈련 등을 위한 27종의 시설물이 배치돼 있고, 연간 275일 이상 미군의 사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사격장 주변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도비탄(총알이나 포탄이 나무·바위 등에 맞아 엉뚱한 곳으로 튕겨나가는 현상) 등에 의한 피해를 입고있다.

피해유형도 수면방해, 주택파손, 농작물 훼손, 지가하락, 산불, 분진, 환경오염 등 다양하며, 3개면(창수면·영중면·영북면) 16개리(오가1·2·3리, 운산리, 영송리, 영평 1·2리, 성동 1·2·5리, 양문 1·2리, 대회산리, 소회산리, 야미 1·2리) 등이 직접적인 피해 노출지역에 속한다.

미군 측은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이 주민들의 복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훈련은 전투태세 준비와 대한민국 방어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보상, 의사소통, 민원처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영평사격장 주변에서 발견된 박격포탄, 유탄발사기 유탄, 철갑탄 잔해들.<사진=고태현 기자="">

 

◇과거 인명피해 속출…중금속 오염 등 '환경피해 우려'

64년간 운영된 미군 사격장에는 인근 주민들의 삶의 애환도 녹아 있다. 과거 일부 주민들은 농사일 외에도 사격장 주변 포탄 잔해 등에서 고철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당연히 인명피해도 컸다.

영중면에서 나고 자란 김성규(48·가명)씨는 9살 때 아버님을 잃었다.

사격장 경비일을 하시던 김씨의 아버님이 마을주민 10여명과 함께 폭발물 뇌관 제거작업을 하던 중 폭약이 터져 그 자리에 숨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버님이 경비일을 보셨는데 당시 폭발물은 경비들이 관리를 했다"며 "155mm 자주포탄의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데 한꺼번에 작업하던 분들이 날라갔다"며 어렵게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마을주민 29명이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에서 고철을 줍고 있는데 거기로 포탄이 떨어진 일도 있었다"며 "겨울철 저녁 6시 이후 집에 불이 꺼져있으면 주민들이 시체를 찾으러 다녔다"라고 말했다.

2004년 3월 사격장 내 유류저장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돼 마을 하천으로 흘러들어 악취가 일주일 동안 지속됐고, 사격장으로부터 토사가 농경지, 하천 등에 유입돼 매몰되기도 했다.

또 폭탄이 터진 피탄지 주변은 화약 성분 등 다량의 중금속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민들은 환경피해도 우려하고 있다.

영평사격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휴식 중인 미군들.<사진=고태현 기자="">

 

◇주민 599명이 모인 이유는?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지난달 25일 주민 599여명은 대규모 집회를 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중단됐던 사격훈련이 미군의 일방적 통보로 재개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미군의 도비탄으로 추정되는 탄두 20여 발이 훈련장 인근 국군 모 부대 영내에서 발견되자 같은 달 15일 사격훈련이 잠정 중단됐다.

미군 측은 사격장 안전강화를 위해 1,200만 달러(한화 135억원)를 투자해 시설을 개선했고, 더욱 향상된 안전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막을 수 없었다.

미군의 안전시설 강화에도 인근 마을회관 샤워장의 타일이 갈라지고, 주택 창문이 깨는 등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다.

이날 주민들은 영평사격장 정문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사격장 폐쇄'를 외치며, 군사훈련 피해에 대한 중앙정부와 미군 측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오후 영평사격장 입구 범시민대책위원회 농성천막에서 주민대표들이 긴급회의를 하고 있다.<사진=고태현 기자="">

 

포천범시민대책위원회 이길연 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정앙정부와 미군측에 우리의 피해를 알리고 개선책을 촉구했지만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며 "우리세대의 고통을 더 이상 후손들에게 대물림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토마스 밴달 전 미8군 사령관도 재임시절 이곳을 찾아 통일이 되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한 사격장은 없어질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며 "결국 사격장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실질적이고 적절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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