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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앞에 놓인 가시밭길…예산 압박·업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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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예산 발 묶인 채 업종 추가 지원 쉽지 않아
추가지원 업종 선정 논란 불가피…"최저임금 차등적용 명분 이용될 수도"

 

NOCUTBIZ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경영계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차등지원'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예산 부족과 업종 선정의 이중고(二重苦)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勞·社 대립 피해 정부가 내놓은 안정자금 차등지원 묘수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업종을 선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차등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최저임금이 올해 16.4%로 오르자 여기에서 과거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뺀 9.0% 인상분을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도 10.9%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중소기업·영세상공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가 보완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차등지원'을 내놓은 것이다.

애초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측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내놓았지만,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들로부터 모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임금이라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반론을 받아 부결됐다.

반면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지원책이기 때문에 일자리 안정자금 차등지원안은 위와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2018년도 예산안에 잠정합의한 여야3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예산 3조 발 묶인 안정자금 차등지원…예산 증액 시급

최저임금 취지 논란을 넘어선 차등지원안 앞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일부 업종이라도 지원폭을 넓힌다면 당연히 기존 계획보다 재정 투입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노동부 이성기 차관은 "올해 예산 집행분 가운데 불용분이 남았을 테니 이를 추계해서 가급적 현행 최대 13만원 지원액수를 낮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다. 우선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난 10일 기준 노동자 162만명을 대상으로 1조 1백억원이 집행돼 집행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신청자는 228만명으로 예산 대비 신청률이 96%에 달한다. 또 고용주가 임금을 먼저 지급한 다음 소급신청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용분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특정 업종을 차등지원하는 대신 다른 업종의 지원액은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을 선택한다면 업종별 형평성 논란과 경영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결국 남은 방법은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을 증액하는 수밖에 없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류장수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 직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한도를 3조원 이상으로 늘리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는 일자리 안정자금 관련 예산 3조원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2019년 이후 안정자금 지원 규모를 올해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는 국회 의견을 존중해 3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아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안정자금 차등지원의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최저임금위원회 류장수 위원장과 공익위원들

 

◇어느 업종 더 주고 덜 주고? 논란 불가피… 자칫 최저임금 차등적용 명분 될 수도

예산의 압박 속에 어떤 업종을 더 지원하느냐도 골칫거리다. 앞서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대상 업종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고 근로자 1인당 영업이익·부가가치 등이 낮은 16개 업종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같은 업종이라도 사업장마다 경영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합의할만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반론은 일자리 안정자금 차등지원에도 그대로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대상 업종을 앞서 거론된 16개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부처 간에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하지 못했다.

만약 이러한 난관을 뚫고 안정자금을 차등 지원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경영계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4대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영세사업자는 물론 근로자조차 4대보험 가입을 기피한다"며 "일시적 방편에 불과한 안정자금을 차등지원하기보다는 최저임금을 차등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최저임금 차등 지원이 자칫 최저임금 차등지급의 명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차등지원할 업종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지만, 일단 정하면 내년, 내후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리에 정부가 말려들어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칫 사양산업에 대책없이 세금을 더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자칫 그야말로 포퓰리즘 대책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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