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올해 하반기 규제혁신의 두번째 현장 행보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택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IT기업의 자본 및 기술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만, 사후 재벌기업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비판을 인식한 듯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규제완화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이 하반기 경제성장 방향으로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규제 완화가 우리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일정에 참석해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시켜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티이밍이 생명이라고 늘 강조했다"며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깃발법'을 인용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초기에 영국에서는 마차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고, 결국 영국은 자동차산업을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미국에 뒤쳐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 규제완화에 따른 장점을 열거했다. 혁신 IT기업이 인터넷은행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면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고, 핀테크 산업이 확정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강하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은산분리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비롯, 정의당 정책위원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참석했다.
이들은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예시로 들며 "한국 현실에서는 사후적인 규제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될 있다는 점과 장차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상황 등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금산분리'를 파기하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뱅킹 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킨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청와대도 비판을 인지하고 있지만 은산분리 완화는 인터넷뱅킹에 한정해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전날 경제지 합동 인터뷰를 통해 "재벌의 사금고화 가능성을 확실히 단도리(단속)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재벌기업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차단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