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결론을 미루는 방안 등 특정한 내용의 재판 진행을 양승태 대법원에 적극적으로 요청한 정황이 검찰에 무더기로 포착됐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전날 외교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3년, 정부가 강제 징용 재판과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과 수차례 접촉한 단서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에, 외교부가 어떤 식으로 접촉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 사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그해 9월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문건에서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요청이라며 '판사들 해외 공관 파견'이나 '고위 법관 외국 방문시 의전'을 고려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고 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외교부는 대법원이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취지로 관련 사건을 파기환송시킨 시점부터, 해당 사건이 국제 소송까지 갈 가능성과 한일 관계 파장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 따르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양국이 협의·조정 단계를 거쳐 결국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야한다. 당시 외교부는 국제 소송에서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결국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외교부는 2013년 파기환송심에서 피해자들이 일부 승소한 판결이 나오자, 향후 국제 분쟁 시나리오 등을 거론하며 양승태 대법원에 관련 의견을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문건도 이들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건이라고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기조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2013년 10월 청와대 방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외교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청와대 방문과 주 전 수석 면담 내용 등을 기록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시기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소송의 결론을 미룸으로써 정권에 '코드'를 맞추고 해외공관 법관 파견 등의 반대급부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국제법률국과 동북아국, 기획조정실 소속 당시 외교부 간부들의 명단을 확보해 참고인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 법관 해외파견 관련 기록 등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