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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지표 악화에 조급해진 정부… 통계가 부른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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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투자 악화에 조급해진 정부, 경제정책 우경화
"고용 위축은 인구구조 등 중장기 요인 탓…경제민주화가 오히려 고용 해법"

 

NOCUTBIZ
문재인정부의 경제민주화가 고용 악화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보수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고용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악화에 조급해진 정부…경제정책 오른쪽 깜빡이

진보 지식인 323명이 모인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지난달 18일 "문재인정부가 최근 사회경제 개혁을 포기하고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우려했다.

단적인 예가 소득주도성장 대표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실험이다. 첫해 16.4% 대폭 인상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2년차인 올해는 10.9% 인상에 그쳤다.

여기에 올해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 최저임금 인하 효과를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평균 인상률인 7.4%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을 살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법인세 부담은 크게 줄었고, 대기업 세부담 감소분은 익히 예고된 종부세 개편안에 따른 것일 뿐, 그 외 세제 효과는 오히려 대기업 감세로 귀결됐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권고안은 그 자체로도 지나치게 세율 인상폭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기획재정부는 아예 기업이 주로 보유한 별도합산토지 세율은 동결시켰다.

또 재정특위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낮춰 과세 대상을 확대하라는 권고안도 내놨지만, 기재부는 아예 세법개정안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에 이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6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면담을 추진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에 깊숙하게 연루돼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고, 아직도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과 부총리가 잇따라 이 부회장을 찾는 일은 사실상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재벌에 손을 벌리는 대신 사회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처럼 정부 경제정책이 '우회전 깜빡이'를 켜기 시작한 배경에는 최근 둔화된 고용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경기 상황이 주원인으로 보인다.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

 

보통 20만~30만명을 넘던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10만명 선에 머물렀다.

또 설비투자는 2000년 9~12월 이후 18년 만에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9%에 그쳐 다시 3%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제민주화 작업 속도를 늦추고, 대신 경기 회복을 위한 돌파구로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도록 친기업 행보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경제민주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진보진영에 대해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경직성 때문에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정부가 악화된 경제 지표에 조급해진 셈이다.

 

◇인구변화 감안하면 고용 둔화는 당연…경제민주화로 돌파구 찾아야

반면 이에 대해 현재 국내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인과 해법을 잘못 찾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전망'에서 "최저임금은 한계 상황에 처한 일부 부문에서 부분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이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올해 상반기 고용둔화의 주요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연구원은 올해 고용 시장의 둔화는 인정하면서도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빠른 감소, 지난해 같은 기간에 교육서비스업과 도·소매업 등 일부 서비스업 등의 취업자 증가 폭이 컸던 기저효과, 올해 생산이 부진한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과 아파트 분양 붐이 지나간 여파로 고용이 둔화한 건설업 등 일부 부문의 어려움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민주화 정책 등 단기적 요인으로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된 '고용 쇼크'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구조 자체가 변한 중장기적 요인으로 고용 시장의 성장폭이 둔화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15세 이상 인구가 매월 30~50만명씩 증가했다. 당장 지난해5월만 해도 전년 대비 34만 8천명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5월 15세 이상 인구는 23만 8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15세 이상 인구 전년 대비 증가 폭

 

15세 이상 인구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을 살펴봐도 2011년에는 41만 5천명, 2012년 53만 명, 2013년 51만 4천명, 2014년 41만 7천명, 2015년 50만 5천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39만 8천명으로 40만명 선을 넘지 못했고, 앞으로는 청년 인구 유입이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도 지난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을 공개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가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2021년까지 고용 상태가 악화되지만, 이후에는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90년대처럼 연평균 6~7%씩 성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처럼, 취업할 청장년 인구 자체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증가폭도 자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오히려 고용의 질적 수준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인구구조와 경제 수준에 맞는 새로운 고용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주대학교 김용기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의 질은 확연히 개선됐고, 양도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며 "신규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드는데,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자 종사상 구성을 보면 좋은 일자리인 상용직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30만명 초반으로 늘어나고 있고, 일용직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인구구조 변화와 일용직 근로자 감소를 감안하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낮은 것은 결코 '고용쇼크'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고용이 안정되고 비교적 처우가 좋은 상용직 노동자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임시·일용직 노동자는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격차를 완화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해도 문제없도록 해야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박하순 정책연구위원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 2009년을 제외해도 2012년 2/4분기 , 2016년 2/4분기에도 2018년 2/4분기보다 투자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곧 투자증가율이 대체로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주도하는 투자는 과잉시설 존재 여부와 이윤전망, 이자율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민간소비 등과 달리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규제완화 등 친기업정책을 펼친다고 투자가 회복되고 그러지 않는다고 회복되지 않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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