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상반기 순이익을 기록한 4대 시중은행 그룹은 올들어 수천억원씩의 주주 배당을 실시 또는 예정했다. 각사 현황을 보면 최대 70% 수준인 외국인주주도 수혜 대상이다. 이렇게 외국에 넘어가는 돈의 상당액은 서민이 낸 대출이자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주당 400원씩 총액 1200억9682만4800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3700억0382만7500원(주당 1250원)의 배당을 공시한 지난 2월 것까지 합하면 4901억65만2300원이 배당에 쓰인다.
앞서 KB금융지주(7667억2815만9360원), 신한금융지주(6875억8940만1150원), 우리은행그룹(3366억3561만3000원)도 지난 2~3월 각각 배당을 실시했다.
이들 4곳의 금융그룹이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은 지난해 합산 1조8477억9688만3600원, 2016년 합산 1조3999억2226만6540원에 달한다. 실적호조에 따른 이익 일부를 투자자인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기본적 경영 방식이다. 다만 배당금의 대다수가 국외로 흘러나갈 현실 탓에 국부유출 논란도 불거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외국인지분은 최대 70%대에 달한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하나금융 주식의 외국인 지분은 71.35%로 가장 높다. 이어 신한금융 69.61%, KB금융 69.44%이었다. 우리은행그룹은 26.33%로 낮았지만,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 비슷한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거칠게 계산하면 올해 상반기 1조4390억원 상당의 거액이 외국인 손에 떨어진 게 된다. 하나·신한·KB금융의 올해 합계 배당액의 70%상당인 1조3514억원과 우리은행 배당액의 26%가량인 875억원을 합한 액수다.
배당되는 수익의 상당수는 가계에서 나왔다. 상반기 영업이익 실적에서 각 금융그룹은 이자이익에 치중해 있었고, 각 그룹의 이자이익 중 65~95%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실현됐다. 이들 은행이 확보한 이자이익은 대출을 통한 것이었는데, 가계 대상 대출이 은행별로 47~54%이었다. 금융그룹별로 적게는 30%대에서 많게는 절반 가량의 주주배당 자금이 가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 탓에 시민사회에서는 질타가 이어져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주요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수수료 폭리로 서민 대상의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 뒤, 주로 외국인에 배당 몰아주게 되는 황당한 구조가 자리잡혀 있다"며 "서민 이자놀이로 외국인 주주 배불리는 모순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주배당이라는 주식회사 체제의 근간을 비방만 해서는 안된다거나, 이전 정권에서 배당을 적극 권장했던 정책상의 오류도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주 자본주의' 풍조에서 주주의 이익을 무시할 수 없고, 주주 배당이 재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국부유출의 시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라며 "비록 폐지됐지만 불과 3년전만 해도 배당소득증대 세제, 기업소득환류 세제로 오히려 정부가 고배당을 권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