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쓸데없는 훈시질"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언급은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북미협상을 문 대통령이 평가하려는 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논평의 맥락을 살펴보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 北, '대북제재 유지' 정책에 불만 품은 듯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개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남한 정부가)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남북 사이에 해결해야 할 중대문제들이 말꼭지만 떼 놓은 채 무기한 표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다음 단락에서 신문이 지적하는 중대문제는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한다',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북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신문은 "'여건조성'을 외워대며 한사코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비난했다. 또 우리 정부가 "주변국들을 찾아다니며 '대북제재 압박공세의 지속'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구걸"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확고히 유지'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외교전략연구실장은 "하다못해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 완화 쪽으로 가야한다는 의사를 나타내는데, 같은 민족이라는 우리가 제재 완화와 관련해 미국에 말 한마디 못 해주고 있다는 불만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대북제재 고통 속 '들통 난 석탄 밀매' 걱정대북제재 해제는 북한이 원하는 경제 분야의 체제안전보장 방안이다.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에게 실제 큰 압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 1997년 -6.5%를 기록했던 이후 최저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북제재가 강력해진 이후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등의 판로가 막혔고, 원자재 부족으로 중화학공업 위주의 마이너스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대북제재의 여파로 올해도 북한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0% 가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2397호가 북한산 농산물, 전자기기, 토석류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산업생산과 직접 관련된 기계, 기초금속 등의 대북 수출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북한의 공장 가동에도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이 포착됐고, 한국이 '필요시 처벌한다'거나 미국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이행해야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펴면서 북한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태다.
◇ 北 '판문점 선언' 당위 주장하며 제재 완화 요청하나문제는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꼼짝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틈 날 때 마다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찾은 활로가 우리 정부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제재 해제 요청의 근거는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한다는 당위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열린 철도, 도로, 산림 등 경제협력 관련 회담의 후속조치들을 큰 이견 없이 우리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낡고 망해버린 보수 세력이 만들어놓은 사대와 대결의 족쇄에 묶여 새로운 역사의 출발선에서 씨엉씨엉 내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남조선당국의 현 처지"라며 "외세추종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주통일의 길, 우리 민족끼리의 길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대북 제재의 한계로 남북공동 현지조사 수준만 가능한 상태를 벗어나 '제재 완화' 방면으로 운전해달라는 요청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예 북한이 오는 가을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 요청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의 가장 큰 당사자인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재 완화로 인한 북한의 비핵화 동기 약화는 최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이 난항을 겪더라도 우리 정부가 할 말은 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현익 실장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라는 여건조성을 해주면, 우리도 미국을 설득하겠다며 선순환적으로 풀어나가자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