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시요~!' 북한 탁구 대표팀 박신혁(왼쪽)과 김남해가 19일 코리아오픈 혼합복식 16강전에서 일본 선수들을 꺾은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북한 탁구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코리아오픈에서 연일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개인 기량도 빼어나지만 남북 단일팀에서도 발군의 기염을 토했다.
남북한 탁구 대표팀은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플래티넘 '신한은행 2018 코리아오픈' 본선에서 맹위를 떨쳤다. 급조된 혼합 복식 단일팀이 세계 랭킹 3위를 무너뜨렸고, 북한 혼합 복식팀은 일본 여자 에이스가 버틴 세계 4위를 제압했다.
먼저 승전보를 울린 팀은 북한 대표팀이다. 박신혁-김남해 조는 일본 모리조노 마사타카-이토 미마 조와 16강전에서 3 대 2 (11-5 8-11 11-5 7-11 14-1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일본 복식조는 세계 4위다.
특히 이토는 일본이 자랑하는 에이스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연소 탁구 메달리스트(당시 만 15세300일)가 됐다. 그러나 이토는 박신혁-김남해의 거센 반격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파트너가 실수를 하자 눈을 흘기기도 했다.
바로 이어 열린 혼합 복식에서는 단일팀이 힘을 냈다.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측) 조가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3 대 1(8-11 11-8 11-9 11-8)로 눌렀다.
장우진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24살로 1살 위인 차효심이 다독였다. 특히 4세트에서 엄청난 수비로 반전을 이끌었다. 차효심은 장우진이 넘어진 가운데서도 상대 공격을 수비해내면서 기를 꺾었다.
'연상연하' 북측 차효심(왼쪽)-장우진 단일팀 혼합 복식조가 19일 코리아오픈 16강전에서 세계 3위의 홍콩 조를 꺾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북한 선수들의 선전에 김택수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은 "정말 잘하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확실히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고 정신력도 강하다"면서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지 못해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만 기량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박신혁-김남해 조의 16강전 때 함께 벤치에 앉은 안영철 북한 여자팀 코치의 말도 전해줬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왜 이렇게 잘 하느냐고 묻자 안 코치가 '터가 좋아서 그렇습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안 코치의 말에 김 감독은 "북한 탁구는 실제로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혼복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어 "이렇게 나뉘어져 있어도 이렇게 잘 하는데 함께 훈련을 한다면 얼마나 잘 할까 생각했다"고 살짝 아쉬운 표정도 지었다.
북한 탁구는 전날 21세 이하 남자 단식에서 깜짝 우승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19살 신예 함유성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집중 육성되고 있는 일본 선수들을 4번이나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잘했시요' 장우진-차효심 조가 19일 코리아오픈 혼합 복식 16강전에서 홍콩 조에 승리를 거두자 안영철 북한 여자팀 코치가 장우진을 안아주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여자 복식의 서효원(한국마사회)-김송이(북측) 조도 선전했다. 중국의 주위링-왕만위 조와 16강전에서 아쉽게 2 대 3 역전패를 안았다. 4세트 10 대 8로 앞선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잇따라 실점해 듀스 끝에 내준 게 뼈아팠다.
비록 졌지만 여자 단식 세계 1, 2위로 구성된 팀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경기 후 서효원은 "이길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다"면서도 "향후 김송이와 제대로 훈련을 한다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신혁은 이상수(국군체육부대)와 짝을 이룬 남자 복식 16강전에서도 가볍게 승리하며 8강에 안착했다. 이상수는 경기 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북측 혼합 복식 우승 장면을 관중석에서 봤는데 이번에는 내가 (남자 복식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교류전이나 합동 훈련 등 북한과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협회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은 일체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차효심은 ITTF의 공식 인터뷰 때도 한 마디를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