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내홍에 시달리던 자유한국당이 17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하며 본격적인 당 수습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이 수락연설에서 고질적인 당내 계파갈등 청산 의지를 드러내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선거 패배 이후 약 한 달 사이 5번이나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 등을 둘러싼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위원회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현실정치를 인정한다는 이름 아래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이야기하지 말라"며 "잘못된 계파논쟁과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되면 제게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런 소망이 있다"며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우리 정치의 중심을 이루게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계파정치 청산의 의지를 드러냈다.
여전히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불식되지 않은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진영논리 대신 가치 및 정책논쟁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비대위원장의 권한과 활동기간이다.
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비박계는 당 체질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비대위에 부여하는 '전권형'을 주장하지만, 친박계를 비롯한 잔류파들은 전당대회로 가기 위한 '관리형'을 선호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엇을 혁신이라고 하는지 경계가 불분명하다"면서도 "제 생각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혁신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라며 전권형에 무게를 실었다.
당헌‧당규 상으로는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를 대신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차기 총선에 대한 '공천권' 없이는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기 총선이 1년 반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금 시점에서 공천 여부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내 한 비대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비대위가 관리형에 그칠 거라면 김 위원장이 왜 한국당에 왔겠냐"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지낸 걸 보면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성공 여부는 출범 후 2주 가량 활동을 보면 대강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