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논란 속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전년에 이어 두 자릿수 인상폭은 유지됐지만, 애초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 달성 공약에 비하면 사실상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최임위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진행한 끝에 이날 새벽 4시 40분쯤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835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시급 7530원에 비해 10.9%(820원) 인상된 액수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으로 유급 주휴를 포함해 월 209시간 근무할 때 174만 5150원에 달한다.
이번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사실상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줄어들면서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후년 인상률이 19.7%에 달해야 한다.
최임위는 이러한 결정 배경으로 △유사노동자 임금인상 전망치 3.8%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 인상효과 감소폭 1% △협상배려분 1.2% △소득분배 개선분 4.9%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심각한 임금 불평등을 감안해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저임금이 높아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면서 소득분배 개선분을 계산할 때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날 표결에는 27명의 정원 가운데 류장수 최임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5명만이 참석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11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안이 부결된 것에 반발해 집단 퇴장한 데 이어 전날인 13일 밤 9시 45분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불참하기로 입장을 최종 결정했고,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에 반발하며 불참을 선택했던 민주노총 측 노동자 위원들 역시 전날 "최저임금 삭감법을 그대로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할 수는 없다"며 최저임금법 재개정 없이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날 전원회의에 참석한 한국노총 측 노동자위원은 15.3% 인상된 8680원을, 공익위원들은 10.2%(8300원)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후 공익위원 측이 10.9%(8350원) 수정안을 제시한 뒤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표결 끝에 8대 6으로 공익위원안이 채택됐다.
이날 류 위원장은 "소상공인 어려움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정부지원책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히 구분해서 차등지원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김성호 부위원장은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부분 적용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한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며 "전문가들이 보기에 현재 규정과 통계 하에서 획기적 개선과 변경 없이는 작동하기 힘든 제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전원회의에 불참한 사용자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이고자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했던 것"이라며 "구분적용이 부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존폐 기로에 설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표결 직후 "최저임금 결정이 지연될 경우 사용자위원이 복귀해 훨씬 낮을 인상률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표결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하고 "하반기 최저임금제도개선을 위한 법·제도개선 및 집권여당과의 정책협약 이행 합의를 관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