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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경의 폭로 "인명구조업무 대신 서장과 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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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에 진급시험·자격증 공부…훈련하지 않고 허위보고
폭군 구조대장 솜방망이 처분에 조직 내부서 비난 쇄도

울산해양경찰서. (사진=자료사진)

 


최근 해경은 구조대원들을 상대로 수년에 걸쳐 욕하고 때리는 것도 모자라 "가족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한 한 간부에게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비난이 빗발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해경은 이번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모양새. 그러나 조직 내부는 자정 기능을 상실한 해경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해체와 부활'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쇄신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해경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어느 해경의 폭로 "인명구조업무 팽개치고 서장과 회식"

"상식이 없는 조직입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24시간 근무하는 구조대원들을 데리고 서장이 회식을 하질 않나. 일일이 말하기 힘들 만큼 문제가 많아요."

울산해양경찰서 구조대에 근무한 A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작정한 듯 내부 문제를 쏟아냈다. 그의 첫마디는 "해경, 아직 멀었습니다"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직 해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해경은 그동안 쇄신과 혁신을 끊임없이 외쳐왔다. 지난해 7월, 2년 8개월 만에 부활한 해경을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 또한 '변화'였다. 그러나 A씨가 폭로한 해경 내부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간부들과 수시로 술파티…인명구조 업무 마비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구조대가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지만 당시는 48시간 맞교대를 할 때였죠. 하루는 구조대장인 B 경위가 근무 중인 대원과 비번인 대원들까지 소집했어요. 울산해양경찰서장과 회식이 잡혔다고. 열명 가량의 구조대원 전원이 울산시 남구 남부순환도로 인근의 오리고깃집에 모였습니다. 근무 중인 대원들을 제외하고, 서장과 비번인 대원들이 술을 마셨습니다. 근무 중이었던 구조대장도 술을 먹었습니다. 문제는 그때 인명구조업무가 완전 마비됐다는 점입니다. 해경 구조대는 24시간 대기근무를 해야 하는데 당시 구조대 건물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형 인명사고가 나면 전혀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서장은 구조대원들과 회식을 했습니다. 서장부터 문제가 있는 거죠. 그 당시 서장을 비롯해 울산해경 간부들과는 한달에 한번 정도 회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마다 구조대 사무실은 텅텅 비었습니다."

해경 구조대는 말 그대로 인명구조를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명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고, 구조대의 역할 또한 강조되던 때가 바로 2015년 당시.

그런데 울산해경 간부들은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구조대원들을 이끌고 거리낌 없이 회식을 했다. 간부들의 구조업무에 대한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례라고 A씨는 말했다.

◇근무시간에 자격증 공부·허위 훈련…느슨할 대로 느슨

"2015년 당시 구조대의 하루 일과를 알려드릴게요. 아침 8시10분쯤에 출근을 합니다. 8시30분쯤 근무 인수인계를 하고, 보트와 차량 등 장비 점검을 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늦어도 9시30분에는 개인 책상에 앉을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사실상 업무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구조대 건물 3층에서 먹고 자고 했던 구조대장은 그 당시 진급 필기시험 준비를 한다고 숙소에서 잘 나오지 않았고, 일부 대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했어요. 다른 대원들은 주로 웹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훈련도 가짜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조대 운영 규칙에 따라 훈련 일정이 잡히는데 허위보고를 하고 훈련을 하지 않았습니다. 구조대에 근무하는 동안 잠수훈련을 단 한번도 한적이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대신 보여주기식 훈련은 꽤 했어요. 구조대장이 계획에 없던 추가 훈련을 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는 훈련보다 사진 촬영이 더 중요했습니다.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한 '보고용 훈련'이었던 거죠. 15분 정도 가짜 훈련을 하고, 3시간 동안 훈련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해경 구조대원은 일반 직별과 달리 필기시험 없이 100% 실기시험으로 선발된다. 극한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특전사나 운동선수 등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A씨의 폭로에 따른다면 최정예요원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던 셈.

더 큰 문제는 해경의 내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경은 울산구조대의 느슨한 근무 기강과 허위 훈련 사실을 전혀 적발해내지 못했다.

◇"폭군 구조대장 솜방망이 처분…대부분 직원 납득 못해"

"저도 B 구조대장의 만행을 지켜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의 폭언, 폭행은 해양경찰학교(현 해양경찰교육원)에서부터 유명했어요. 그는 울산구조대장으로 발령 받기 전 해경학교에서 근무했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의경을 무차별 때렸습니다. 그만큼 성격이 포악했던 거죠. 그 버릇이 울산구조대에 와서도 이어졌고, 수년 동안 부하직원들에게 폭언·폭행, 갑질을 일삼았습니다. 나중에는 그 수위가 점점 높아져 살해 협박까지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감봉 2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어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살인 정도의 범죄를 저질러야 중징계 처분이 나올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항의가 제기되고 있을 정돕니다. 해경 감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구조대장의 갖은 만행을 견디다 못한 부하 직원이 내부 신고망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 내려진 건 봐주기식 징계였으니 누가 내부고발을 하겠습니까."

지난 29일 CBS노컷뉴스의 보도("내부고발시 가족 몰살" 군림했던 해경간부)로 울산 구조대장 B 경위의 만행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직원에게 폭언과 폭행, 갑질은 물론 "가족까지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해경이 내린 처분. 해경은 감봉 2개월과 200만원 가량의 징계부가금, 문책성 전보 조치를 내렸다. 해경은 이를 두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구조대장이 많은 인명을 구조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구조대원 4명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낸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조직 내부에서부터 비난이 빗발쳤다. 해경 내부망 게시판에는 '재조사하라',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글이 쏟아졌다. 결국 해경은 최근에서야 등 떠밀리듯 B 구조대장과 관련해 재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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