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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갤러리가 탄생했습니다. 같은해 3월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개그맨 장동민씨가 과거 '여성혐오' 발언으로 사퇴한 이후, '여혐'이 사회적인 화제로 떠오르고 있던 상황. '여혐'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신생 갤'인 메르스 갤러리에 모이게 됐습니다.
이때 "홍콩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은 한국 여성 2명이 격리를 거부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곧 이는 의사소통에서 생긴 오해임이 밝혀졌습니다.
오보임이 밝혀진 후에도 이들을 향한 '김치녀' 융단폭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랜시간 관성처럼 사용돼 온 여성 비하 단어 '김치녀'. 이에 발끈한 '메르스갤러리' 네티즌들도 '김치남', '된장남'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반격하며 성별갈등이 시작됩니다.
'메르스갤러리'는 2015년 8월 '메갈리아'로 독립하게 됩니다. '메갈리아'는 '메르스'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입니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정반대로 뒤바뀐 가상의 국가 '이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소설입니다.
'메갈리아'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여성 일베'의 이미지였던 건 아닙니다.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여성혐오' 광고를 지적하고 기부를 통해 '몰카 근절' 광고를 집행하는 등, 여성혐오를 지적·비판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과격하긴 했지만 때로는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활동에 앞장 선 겁니다.
결국 맥심 코리아는 2015년 9월호를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표지입니다. 트렁크 속 묶여있는 여성의 다리와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거다. 좋아 죽겠지?'라는 문구가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를 희화화 하고, 여성의 실재하는 공포를 성적 대상화 한 표지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메갈리아는 잡지 '맥심' 2015년 9월호 표지의 '여성혐오적 요소'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며 공식적인 사과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던 중, 메갈리아에서 '아동 성희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해당 글의 작성자가 전직 유치원 교사임이 밝혀지며 더욱 파문이 일었습니다. 작성자는 '미러링' 차원에서 글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상식적인 혐오 표현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에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됩니다. 생소했던 '미러링'의 개념이 알려지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에 불이 붙는 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워마드로 분리된 후, 워마드 이용자들은 다시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결국 이들은 메갈리아와 워마드, 둘로 분리됩니다. '성 소수자 비하 금지'원칙에 반발한 이들은 다음카페 '워마드'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워마드 메인 화면의 공지에서는 "이곳은 여성운동 단체가 아니다. 여자만 챙긴다. 도덕은 버려라", "남자 옹호, 커플고백 금지", "게이, 노인, 아이, 장애인, 고인 등도 예외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탄생부터 '성평등' 커뮤니티가 아닌 '여성우월' 커뮤니티임을 못박았던 겁니다.
2015년 말, 메갈리아 내부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로 내부 다툼이 벌어지게 됩니다. 일부 이용자들이 게이들끼리의 만남에 이용되는 어플에 접속해, 사진 및 개인정보를 등록해 둔 게이들 신상정보를 온라인 상에 공개하는 '게이 아웃팅(성소수자임을 주변에 강제로 폭로하는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의견이 갈리게 된겁니다. 이에 메갈리아 운영진 측에서는 '성 소수자 비하 금지'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방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남자의 성기 길이는 어느 정도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식이었습니다.
워마드는 가입절차부터 일종의 '사상검증'을 거치게 했습니다. '한국남자는 범죄자'라는 단어를 똑같이 받아쓰게 한다거나
6·25 전쟁을 '대한민국 최대 고기파티'라고 일컫기도 했습니다.
회사 동료의 음료에 자동차 부동액을 섞어주고 있다는 글을 올려 '살인 모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해당 글이 허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수사는 종결됐습니다.
'테러리스트', '독립나치' 등으로 비하하는 발언도 쏟아냈습니다.
광복절에는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사진에 피눈물을 합성해 올리며 조롱했습니다. 일본식 도시락 사진과 '벤토 다이스키'라는 문구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일제치하에서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들의 사진에 낙서를 하고, 일본어를 써 넣으며 조롱하고 희화화한 '만행'이었습니다.
결국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은 이들을 사자 명예 훼손죄로 고발했습니다.
SNS에 남성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올리며 '성병 보균자'라고 거짓 폭로한 '성병패치' 운영자도 워마드 회원이었습니다. 해당 계정이 공개적으로 올린 남성들은 실제로는 성병에 걸린 사실이 없었습니다. 이후 피해 남성들의 고소로 계정 운영자는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故백남기 농민도 '남기하다'라는 표현을 쓰며 비하했습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머모(대모)님'이라고 칭송받았습니다. 생물학적 여성이면서, 여성인권을 신장하는데 힘을 썼다는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이들이 '박근혜의 업적'이라고 퍼나르던 게시물의 상당부분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메갈리아'에서 분리된지 약 1년. 워마드는 다음카페에서 독립된 사이트를 갖게 됩니다.
사진이 유포된 후, 이들이 남긴 조롱 댓글이 알려지며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습니다.
'남탕 몰래카메라'가 공유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성평등원)이 실시한 '양성평등 모니터링' 결과, 혐오표현이 가장 많이 쓰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일간베스트', '워마드', '메갈리아'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본래 취지가 '일간베스트'의 혐오 표현을 미러링하는 것이었다면, 성공적으로 원본과 닮아가고 있던 셈입니다.
'남성 혐오'는 인간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워마드에서 "수컷 학대가 제일 재밌다"는 제목으로,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배우 故김주혁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이들은 '물리역학의 요정', '주혁하다'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죽음을 조롱했습니다. 한강에 투신한 남성연대 대표 故성재기를 '물의 요정', '재기하다'. 구의역 전동차 사고로 숨진 김 군을 '불의 요정'이라고 조롱해오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음료에 수면제를 타 호주 어린이를 성폭행했다는 인증은 또 한번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습니다.
게시글 작성자가 호주 연방경찰에 실제로 체포,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호주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여성이 호주 어린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고, 호주 연방경찰은 글을 작성한 한국 국적의27세 여성을 아동 성착취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샤이니 종현의 죽음도 이들에겐 조롱의 대상이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남성의 하반신이 드러난 사진을 올리며 "미술수업 남 누드모델 조신하지 못하네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이 남성이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의 누드모델이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사건이 기사화되며 논란이 커진 후에도 적극적으로 2차 가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진 유포자가 체포된 후에는 유포자를 '홍본좌'라고 일컬으며 칭송했습니다. 워마드는 현재도 '홍본좌무죄', '누드남유죄' 등의 말머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등의 남자화장실 몰래카메라 사진 유포도 계속됐습니다. 이는 소수의 회원만 볼 수 있는 '워마드 데스노트' 게시판에 게시됐습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만행으로 '워마드'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를 폐쇄해달라'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진에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7월 7일 세번째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일명 '혜화역 시위'에서는 "문재인 재기하라"는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홍대 몰카 사건은 편파수사가 아니다"는 발언에 반발해 나온 구호입니다. '재기하다'는 지난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를 빗대 '자살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를 넘은 구호에 여성들 사이에서도 "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난 8일, '어차피 사진 백번 올려도 워마드 못 잡는다'는 제목과 함께 홍대 몰카 사진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워마드를 쉽게 잡으면, 과거 음란사이트 '소라넷'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것이 선택적 필요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혹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분노는 수사기관을 향해야 옳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혐오를 죄없는 제3자에 돌리는 가해행위일 뿐입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역시 누명을 쓰고 투옥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기하라'고 외치는 이들은, 여전히 '햇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여혐'이라고 주장합니다.
'여성혐오'에 반발하는 여성들이 모였던 메르스갤러리.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표현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으로 출발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워마드'에는 혐오만 남았습니다. '미러링'이라는 명목 아래 타인의 인권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아 버리는 행동을 정말 여성인권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CBS노컷뉴스 권희은 기자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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