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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언론, "한국, 자살 3배 증가…젊은이들의 방황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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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4-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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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이후, 한국판 ''베르테르의 슬픔''

(한대욱기자/노컷뉴스)

 


"10년 전 독일에서 현대나 대우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동정의 대상이었으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아무도 비웃지 않는다. 특히 경쟁자동차회사들의 웃음은 사라졌다"고 디 벨트 신문이 4월 5일 보도하였다.


디 벨트에 따르면 몇 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영화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한국사회의 ''베르테르 현상''을 보도한 내용을 살펴본다.

디 벨트 보도 이하 전문

김기덕과 박찬욱이 현대와 대우자동차와 비견될 수 있는 극동아시아의 영화제작자들이다. 이들은 한국인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성공한 한국영화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선구자들이다.

한국영화는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고(50% 이상의 시장점유율), 세계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의해 리메이크 제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 영화시장에도 점차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마치 한국자동차가 독일 주차장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와 같이 독일 연예계를 발칵 뒤집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볼 경우 예를 들어, 한 매니저가 스타들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였다고 하자. 이 서류에는 불륜, 동성애, 아동성애, 습관성 폭력, 범죄전력 또는 NPD(신나치당)에 대한 기부 등 이들 스타들의 인기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사실들이 열거되어 있을 것이다.

그 매니저는 10명의 신랄한 연애기자들과 잡담하고 나서 야우흐, 크리스티안젠, 브뉠, 베켄바우어, 그리고 포텐테 같은 유명 스타들 모두 리스트에 올릴 것이다. 모든 소문들이 수집되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실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 서류는 내부용도로만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체 서류가 밝혀지지 않은 경로를 통해 인터넷에 올라가고 엄청난 속도로 유포되기 시작한다. 결국 대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서류는 존재하였고 ''연예인 X파일''이라고 불렸다. 단지 이것은 한국의 쇼 비지니스를 공포에 빠뜨렸다. ''X파일''은 한국의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의뢰로 만들어졌으며 작년 11월부터 조용히 존재해 왔다.

그러나 1월 17일 ''X파일''이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하여 폭탄 같은 위력으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서류에서 언급되어 있는 99명의 스타들 중 2/3이상이 제일기획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것은 한국 역사상 최고 액수의 피해보상 청구이다. 그러나 그 99명중의 한명인 이은주(영화배우)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이은주는 한국에서 미국의 위노나 라이더와 같은 배우이며 독일의 마리 보이머와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16살 때 교복 모델을 했고 18살 때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그녀의 첫 번째 역을 연기했다. 20살에 그녀는 한국영화계의 대스타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녀의 출세작이자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번지점프를 하다''인데, 이 영화에서 이은주는 두 명의 남자로부터 동침 강요를 받는 비디오회사의 여직원 역을 연기하였다. 그녀는 이에 완강히 저항하다가 결국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 영화에서 자동차 사고는 2월 22일에 발생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은주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 한국여성들에게도 삶의 전범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독자적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은주의 캐릭터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같은 대부분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인물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작년 10월 그녀가 출연한 ''주홍글씨''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한국 부산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에서 얌전하고 순종적인 아내와 매혹적이고 열정적인 여가수 애인이 있는 강력계 형사가 치정살인 여자혐의자의 마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은주는 이 영화 결말에서 자살하는 여가수 역을 맡았다.

''X파일'' 스캔들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이은주가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지 2주일이 지난 2월 22일, 그녀는 방의 옷장에 목매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24살의 그녀가 남긴 쪽지에는 "삶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라고 씌어 있었다. 자신의 품위가 파괴되었으며 이것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자살의 이유가 ''X파일''에 적힌 내용 때문인지 ''주홍글씨''에서의 그녀의 전라 장면 때문인지, 아니면 돈 문제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명확한 것은 한국에서 인터넷에 의해 인생이 파괴된 연예인이 이은주가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배우인 오현경, 대중가수인 백지영도 그들의 섹스비디오가 인터넷에 유포되어 매체와 팬들의 분노 속에서 추락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연기자라는 직업은 천한 것으로 간주되며 추락은 깊고 급작스럽다.

그녀의 장례식 당시 이씨의 동료배우들은 3일 동안 그녀의 관을 지켜야 했다. 그녀의 장례식을 둘러싼 병적 현상은 이제 한 달 전의 일이다. 그러나 그녀의 자살이 초래한 현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며 단지 일종의 ''베르테르 현상''으로 변조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은주의 죽음 이후 공식적으로 한국의 자살율이 3배 증가했다. 최근 자살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20대이며 목매어 자살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매우 냉철한 공무원이나 통계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아마도 그녀가 괴테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테르에 상응하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그러나 자살빈도에 대한 OECD 조사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설명의 낭만적인 색채는 바래진다. 이은주 자살 이전도 이미 한국은 인구 10만 명 당 18.7명이 자살하는 국가로 조사되었다. 이는 선진국 중에서 헝가리(23.2), 일본(19.1) 그리고 핀란드(18.8) 다음으로 4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독일의 수치는 몇 년 동안 10만 명 당 15여명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한국인들은 사회변화의 빠른 템포가 높은 자살율의 원인이라고 간주해 왔다. 이것은 지금까지 대부분 나이든 직장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2004년 최초로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으로 자살이 첫 번째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은주의 자살이 방황하는 세대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euko24.com 김홍민/노컷뉴스(bogykim@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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