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차바 태풍 내습 당시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 집 주인 김모(85)씨가 태풍 쁘라삐룬 북상에 따라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집 대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놨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이 제주 동쪽 해상을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상습 침수 피해 지역 주민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일 오후 제주시 용담동의 한 주택. 이 곳은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때 인근 하천의 물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김모(85)씨는 자신의 집 대문 빈틈에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모래주머니를 단단히 채워 놓았다. 차바 당시 집 1층 전체가 물에 잠겨 가재도구와 집안 문서를 모두 버려야 했던 아픈 기억때문이다.
김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지난 태풍 때 온 집안이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 이후로 집 옹벽을 새로 튼튼하게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대비해왔지만, 이번에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3)씨 역시 많은 비가 동반된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김씨는 "2년 전 태풍 때도 가게 지하실 전체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엄청났다"며 "이번에도 침수될 수 있어 밤을 새워 가게를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바 당시 물에 잠겨 기기를 모두 교체해야 했던 노래방 업주 신모(73)씨도 "이번엔 물이 안 들어오게 계단도 좀 더 높이고, 차단벽도 세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엔 아무런 피해가 없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차량 침수 피해에 대비한 공무원들의 움직임도 바빴다.
제주시 용담2동 주민센터 오연숙 주무관은 복개지에 세워진 차량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 주차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직접 당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일 오후 6시 현재 태풍 쁘라삐룬은 서귀포 남남동쪽 500㎞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32m로 강도는 중이고, 반경 280㎞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 크기는 소형급이다.
시속 24㎞의 속도로 이동 중인 태풍은 3일 오전 6시를 전후로 제주도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당초보다 동쪽으로 틀면서 우리나라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선 벗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제주 서부를 제외한 지역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3일 오전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사태, 침수, 축대 붕괴 불어난 하천 물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