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정의당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10%를 넘기며 2012년 10월 창당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천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 표본오차,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의당 지지율이 10.1%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지율은 최근 5주 동안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또 다음날인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의당이 9%를 기록하며 자유한국당과 격차가 1%p밖에 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26~28일 전국 성인 1천 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10%, 정의당 9%, 바른미래당 5%, 민주평화당 1% 순으로 나타났다. 6석에 불과한 정의당이 112석의 거대 야당인 한국당을 바짝 쫓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의당은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앞선 리얼미터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창당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6.13 지방선거에서도 야당들 사이에서 정의당의 선전은 눈에 띄었다.
정의당이 자체 분석한 6.13 지방선거에서 정당득표율은 8.97%로 한국당 다음으로 높았으며, 이는 4년전 3.61%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호남 지역에서 정의당은 지지기반을 호남에 두고 있는 민주평화당을 앞서는 성과를 내는 등 광주(12.77%)와 전북(12.88%)에서 두 자릿수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발목잡기'에 일관한 보수야당과 달리 정부 여당에 대해 법안처리나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공조를 하는 한편 각을 세울 때는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보인 것도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특히 각종 정책에서도 분명한 대안과 목소리를 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도 애초 정의당에서 먼저 제시한 것이다.
또 최근 여당에서 일탈한 일부 지지층이 정의당에 흡수되기도 했다. 실제 리얼미터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오르는 사이 민주당의 지지율은 6.3%p 급락하며 50%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민주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이나 근로시간 단축 유예 방침을 세우는 등 진보적인 경제정책에서 일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의 근로시간 단축 속도조절론에 "계속 이런 식이면 정의당은 다음에는 옐로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를 들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종필 전 총리의 무궁화 훈장 추서에 대해서는 "인생의 어떤 공적이 지난 과오를 덮을 수 있을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등 선명성을 보였다.
또 노회찬 원내대표는 '눈먼돈'으로 평가받는 특수활동비를 반납하는 등 특권 내려놓기에 선구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정의당은 고무적인 지지율 상승에도 심경이 복잡하다. 정의당의 지지율이 정책 선명성이나 인물에 의한 것도 있지만 보수정당의 몰락,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에 따른 반사효과 등 외부 요인에 의한 부분도 크기 때문이다.
또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정의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 2020년 총선에서 의석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제1야당 교체, 대안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의 '소선거구제(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인 1명의 의원을 선출)하에서는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해도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 힘든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갈 수밖에 없다.
6.13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3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역·기초단체장은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한 게 일례다. 광역의원은 11명 중 10명이 비례대표이고, 기초의원도 26명 중 9명이 비례대표로 높은 비례대표 의존도를 보였다.
최석 대변인은 "정의당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데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지역 후보가 성장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