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보유 시설의 해체 과정에서 대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무단 절취·폐기됐지만 관련 사실을 모르거나 쉬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8일 원자력연구원의 서울연구로(서울 공릉동)와 우라늄변환시설(대전 유성구) 등의 해체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관리 실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울연구로 해체 과정에서 납 벽돌이나 납 용기 등 약 44톤이 절취 또는 소실됐다. 또 구리 전선의 경우 우라늄변환시설 해체 과정에서 용역직원이 5.2톤을 훔쳐 매각했고, 서울연구로에서도 1.1톤이 해체됐지만 700kg만 남아있는 채 나머지는 사라졌다.
우라늄변환시설에선 금 부품 0.26kg도 절취 또는 소실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연구원은 사불화우라늄(UF4) 소지 허가가 없는 시설에서 해체 폐기물을 무단으로 보관하거나 취급 허가 없이 구리전선 폐기물의 피복 제거 작업을 하는 등 안전 불감증도 지적됐다.
또 철제 폐기물 8.7톤을 야적장에 임의 폐기하거나, 방사선관리구역 출입기록을 분실하는 등 느슨한 관리 행태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연구원 해체 책임자 및 담당자는 용역 직원의 구리 전선 절취·매각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는 등 심각한 기강 해이를 드러났다.
원안위 관계자는 “부당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과 함께 폐기물을 손쉽게 처리하려는 목적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원안위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행정처분과 별도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며, 원자력연구원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다만 이 같은 위반 행위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영향에 따른 환경 피해는 다행히 우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폐기물들이 저준위 폐기물에 못 미치는 자체처분 폐기물로 분류돼있고, 실제로 납이나 구리 등의 방사화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