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경제라인을 중심으로 수석 3자리 인사 교체 다음날인 27일, 청와대를 떠나는 수석들이 작별인사를 했다. 경제라인의 가장 책임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입을 떼고 "여러분들은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의 이임사가 오늘 아침 회의 때 있었다"며 이날 오전 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체로 분위기는 유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쿨'했다"면서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모두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했다.
작별인사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먼저 제안했다. 임 실장이 "떠나시는 분들 먼저 하 말씀 하시겠냐, 아니면 회의 마친 뒤에 하겠냐"고 물었고 홍 수석이 "그동안 회의는 충분히 많이 했다"고 말해 세 수석은 본격 회의가 시작되기 전 작별인사를 했다.
반장식 수석은 "서열이 있는데 사회혁신수석님부터 먼저 하시라"고 했고, 하승창 수석이 "지난 1년 동안 한번도 서열을 따지지 않았는데 떠날 때가 되니까 서열을 따진다"고 해 주위를 웃게 했다.
하 수석은 "지난 1년간 극적인 상황 많이 벌어졌다"며 "그 한가운데서 일을 했고 경험을 하게 된 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며 "나가서도 보답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수석이었던 반 수석은 "어제 일자리 수석실 동료들과 모처럼 술자리를 가졌다"면서 "조금 더 자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반 수석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지난 10년간 많은 논의가 이었지만 착수되지 못했는데 이번 정부에서야 착수를 했다"고 회상했다.
또 "소방, 경찰, 사회복지도 늘 과로에 시달리고 서비스 안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지난 1년동안 그 개선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그 부분이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반 수석은 "하지만 국민들의 삶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는 게 중요한데 그 짐을 남겨두고 가게 돼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회의 때 졸립게 보고를 해왔는데 늘 경청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마쳤다.
홍 수석은 "지난 1년 정부 정책의 일대 대전환이 일어났다"고 소회를 밝히며 "그동안 입이 있어도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재갈이 풀렸다. 앞으로는 자유롭게 주장을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임 실장은 장하성 정책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도 인삿말을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이때 장 실장이 "한동안 말을 못 하다가 입을 뗐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정부 정책의 부침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시작했다. 장 실장은 "우리는 대통령의 비서로 들어왔고, 국민의 비서다.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촛불이 이 정권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힘으로 만든 정부가 세상을 바꿨다는 결과를 훗날 역사가 기록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장 실장은 일각에서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의 교체를 두고 '문책성 경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염두한 듯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방향을 흔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자 하지만, 여러분들이 결코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 시작, 새로운 추진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6년생인 정의용 실장은 "정이 많이 들었으니 모임을 앞으로 만들어서 계속 연락하자"면서 5~60년대 생인 세 수석을 향해 "저에 비하면 여러분들은 창창한 나이다. 일흔이 넘어서 청와대에 다시 들어올 일이 있을테니 그동안 몸관리를 잘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