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축구영웅 파올로 게레로는 호주와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C조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2-0 승리를 이끌고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페루에 승리를 선사했다.(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36년 만의 월드컵 출전과 40년 만의 승리. 페루에 2018년 러시아월드컵은 축제 그 자체였다.
페루는 26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C조 3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앞서 덴마크, 프랑스에 모두 0대1로 패하며 일찌감치 16강 희망은 사라진 페루지만 1골 1도움을 기록한 베테랑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플라멩구)의 맹활약을 앞세워 대회 첫 승리를 손에 넣었다.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페루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승리다. 특히 페루가 이 승리 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맛본 마지막 승리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란과 조별예선 3차전 4대1 승리였다는 점에서 무려 40년 만에 가져온 월드컵 승리였다.
모든 선수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페루의 승리를 이끈 주역은 단연 게레로다. 페루 대표팀의 주장이자 최고참 선수로 우여곡절 끝에 이번 월드컵 출전을 확정한 게레로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값진 활약이었다.
1984년생으로 축구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은 게레로는 2004년부터 페루 대표팀에 발탁돼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A매치를 소화했다. A매치 득점 기록도 페루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게레로다.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도 맹활약하며 생애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게레로는 2017년 10월 도핑검사에서 코카인 양성반응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1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는 곧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 무산을 의미했다.
결국 게레로는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자신의 소변에서 검출된 코카인 성분이 전통적으로 페루인이 즐겼던 코카잎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게레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징계를 2개월 추가했다.
게레로가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스위스연방법원은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2주 앞두고 징계를 일시 정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덕분에 게레로는 페루 대표팀의 일원으로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었다.
꿈의 실현이었다. 하지만 선수 전원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페루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유럽 강국과 대결에서 아쉽게 연패하며 지구 반대편까지 멀리 날아온 페루 축구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허무하게 끝날 뻔했던 36년 만의 월드컵 출전에서 게레로가 제대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