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꾸밈이 즐겁기만 한가요? '탈코르셋'이 던지는 질문"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탈코르셋 참여한 유투버 한국여자>
화장·머리·옷 꾸밈 시간,이전보다 1/3로 줄어
자유로움과 해방감 커, 친구들 다수가 지지
탈코르셋 때문에 역코르셋? 동의할 수 없어

<여성학자 손희정>
'코르셋'은 여성다움 둘러싼 규범, 출생부터 시작
꾸미는 즐거움 자체가 미디어의 산물일 수도
초등 외모강박 충격 "밥 안 남기면 돼지"
'슬럿워크(잡년행진)''미투운동' 도 같은 맥락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6월 21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유튜버 한국여자(차지원),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손희정 박사

 

◇ 정관용> '탈코르셋운동' 들어보셨나요? 10대, 20대 여성들 중심으로 본인의 SNS에 긴머리를 자른 사진, 그동안 사용했던 화장품들을 깨버린 사진. 이런 걸 올리면서 탈코르셋 선언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하건 말건 그건 내 자유다. 왜 탈코르셋을 강요하느냐 이런 부정적인 반응도 있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이 이야기 좀 다양한 목소리 들어보고 한번 여러분의 판단 구하겠습니다. 먼저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고 영상까지 올리신 분. 유튜버 닉네임 한국여자, 본명은 차지원 씨네요. 안녕하세요?

◆ 차지원>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저도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지금 20대 대학생?

◆ 차지원> 대학교 지금 4학년이고 24살입니다.

◇ 정관용> 머리를 짧게 자르셨고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샤워하고 화장을 거의 안 하시더라고요, 그렇죠?

◆ 차지원> 네.

◇ 정관용> 왜 이런 걸 하기 시작하셨어요?

◆ 차지원> 일단 탈코르셋이라는 것을 하면 되게 편하다는 짧은 만화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냥 단순히 나도 해 보고 싶다, 이 정도의 생각은 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진짜 왜 여자들은 대부분 머리가 길고 왜 남자들은 대부분 머리가 짧지? 왜 다르지? 한번 그 사실 자체를 자각을 하고 나니까 제 머리나 꾸밈노동 같은 게 너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첫 번째 단계로 머리를 그냥 확 잘라버린 이후로는 화장이나 나풀나풀한 옷이 무슨 사람한테 인형 드레스 입혀놓은 것처럼 어울리지가 않아서 엄청 빠르게 탈코르셋을 갑자기 할 수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나니까 정말 편해졌나요?

◆ 차지원> 네. 정말 편하죠. 그냥 모든 것이 편해지고 정말 마치 다른 사회에서 살다가 온 사람처럼 거의 다시 태어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잠에서 깨서 일어나서 외출할 때까지 준비시간이 지금 얼마나 걸립니까?

◆ 차지원> 제가 늦잠을 안 자고 잘 일어나면 옛날에는 1시간 정도 걸렸던 게 지금은 25분 정도 걸리고, 늦잠 자면 옛날에는 적어도 20분은 걸렸는데 늦잠을 자도 지금은 진짜 5분이면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 과거에 한 1시간씩 걸렸던 것은 주로 긴머리 말리고 그다음에 드라이 하고 화장 하고 이러느라고 걸린 거죠?

◆ 차지원> 네, 화장하고 머리, 옷 고르는 데도 조금 걸리고.

◇ 정관용> 그렇게 1시간씩 시간 걸려서 본인을 꾸민 그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나요?

◆ 차지원> 솔직히 꾸밈이라는 것 자체가 즐겁죠. 왜냐하면 그걸 콘텐츠로도 많이 쓰시잖아요, 뷰티 유튜버들이. 그 즐겁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일상생활에 안 좋은 영향들을 끼치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 정관용>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탈코르셋 선언한 유튜버 한국여자 (사진=한국여자 페이스북)

 

◆ 차지원> 일단 이게 이것 자체가 외모 코르셋이라는, 나를 외모로 강박하고 있던 것을 나간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컸었고. 또 거울을 보는 시간 이런 게 되게 많이 줄어들고.

◇ 정관용>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고 하는 강박에 그동안 시달려 왔다? 그건 나한테 스트레스였다, 이거군요.

◆ 차지원> 네. 그게 넓게 보면 그렇죠.

◇ 정관용> 주변 20대 여성 친구들 가운데 이렇게 같이 동참하는 분들 많아요?

◆ 차지원> 제 주변은 대부분 우호적으로 보시고 있는데 그래서 실제로 머리를 단발로 자르시는 분들도 있고 화장을 안 하시는 분들도 되게 많아졌고 저랑 아주 가까운 친구나 언니들은 다 단발로 머리를 잘랐어요.

◇ 정관용> 그래요?

◆ 차지원> 네. 그러지 못하더라도 용기가 부럽다, 멋지다고 해 주십니다.

◇ 정관용> 그리고 다들 머리 자르고 하고 나니까 다들 편해졌다고 그래요?

◆ 차지원> 네, 다들 그냥 처음에는 자르기 전에는 조금 무서웠는데 자르니까 확실히 편하기는 하네, 이렇게 얘기하세요.

◇ 정관용>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니, 자기가 화장 하기 싫고 머리 짧게 자르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그걸 뭐 거창하게 탈코르셋 선언이니 운동이니 굳이 그럴 거 있느냐. 그냥 그러고 싶은 사람 그래라. 나는 머리 기르고 화장 예쁘게 해서 남들 시선 계속 의식하며 살겠다, 이래도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목소리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차지원> 사실 많은 분들이 탈코르셋이 오히려 역코르셋을 조인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코르셋은 그냥 편견에서 없어지고 남 시선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사는 거다, 이렇게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탈코르셋이라는 건 제가 사회적으로 정해져 있는 미의 기준을 벗어나자는 어떤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 건 정말 자기 마음대로 사는 거죠. 그거는 어떤 사회적 의미도 없고 물론 마음대로 사는 건 좋지만. 그래서 비교할 만한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꾸밀 자유, 내가 자유롭게 살 자유가 너무 중요해서 이 운동의 사회적 의미를 없애는 건 조금 아니라고 보는 거죠.

◇ 정관용> 꾸밀 자유까지 해치자는 얘기는 전혀 아닌 거다, 그런 거죠?

◆ 차지원> 네, 그렇죠.

◇ 정관용> 다만 사회적으로 약간 억압적으로 작용하는 미의 기준. 이걸 좀 벗어버리자, 이 얘기로군요.

◆ 차지원> 네.

◇ 정관용> 앞으로 이 운동은 좀 확산될 거라고 보세요?

◆ 차지원> 네. 왜냐하면 이제 탈코르셋을 전후 사람들이 많이 나뉘는데 하신 분들은 굉장히 확신이 있어요. 왜냐하면 경험을 해 봤으니까. 이미 자유로움과 해방을. 이 해방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사실 헷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많은 분들이 내가 이렇게 불편한 걸 하고 살아야 되나... 이런 궁금증때문에 그런 시도를 많이 해 보시면 많이 여성 성적대상화에서의 해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일단 한번 해 보세요. 그러면 좋아집니다.

◆ 차지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말씀 잘 들었어요.

◆ 차지원> 네.

(사진=SNS에 올라온 탈코르셋 인증사진)

 

◇ 정관용> 탈코르셋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유튜버 네임 한국여자 차지원 씨 목소리 들어봤고요. 조금 더 심도 깊게 논의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이죠. 손희정 박사 오랜만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희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어떻게 보세요, 탈코르셋운동.

◆ 손희정> 워낙에 한국 사회가 외모지상주의라고 할 만큼 외모에 관심이 많고 여성들에게는 특히 더 그런 외모 꾸밈을 강요하는 곳이라 이제 드디어 10대, 20대 여성들이 이런 강요에 아주 적극적으로 노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라는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손희정 박사도 탈코르셋 선언하셨나요?

◆ 손희정> 저는 특별히 하지는 않았는데요. 워낙에도 그렇게 정성스럽게 꾸미고 다니는 편이 아니어서요.

◇ 정관용> 옛날부터 그러고 다녔다 그런 얘기죠?

◆ 손희정> 그렇죠. 머리가 길어본 적도 평생 한 5~6년 정도밖에 안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정관용> 제가 아까 차지원 씨랑 인터뷰하면서 어찌 보면 억압적으로 작용하는 대한민국의 미의 기준. 이런 표현을 썼는데 정말 그렇게 느껴지나요, 여성들은 억압적이다라고 할 정도로?

◆ 손희정> 방금 얘기하신 것처럼 꾸미는 데 1시간씩 걸린다고 하시니까 정성이 되게 많이 들어가야 되고 거기에 심지어 꾸미기 위해서 굉장히 많이 경제적으로도 투자를 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 정관용> 그렇죠. 화장품 값이니 뭐니.

◆ 손희정> 그런데 또 아시는 것처럼 그냥 꾸미는 데 시간이 드는 문제가 아니라 꾸미고 나면 그거를 지켜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 시간도 들고 또 예쁜 옷이라고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여성들의 행동 반경을 굉장히 줄이는 것들이라서... 예컨대 하이힐이라든지 치마라든지 나풀나풀거리는 옷이라고 표현하셨는데.

◇ 정관용> 왠지 입고 나면 몸이 편안하지 않은 그런 옷들. 화장품. 또 사실 이게 점점 심해지면 성형 이런 식으로 계속 가는 거죠?

◆ 손희정> 성형 열풍하고도 많이 연결되어 있죠.

◇ 정관용> 우리 여성들이 보통 몇 살 때부터 이런 미의 기준이라고 하는 걸 체득하게 됩니까?

◆ 손희정> 제 생각에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여기서 얘기하는 코르셋이라는 건 그저 미의 기준에 국한되어 있다기보다는 여성의 삶 자체를 옭아매는 여성다움을 둘러싼 규범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예컨대 유독 여자 아이들에게만 다리를 오므리라고 얘기하거나 아니면 행동을 조신하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 역시 코르셋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분홍색 신발을 신기고 분홍색 치마를 입히면서 우리 공주님 예쁘다, 공주님이 그러면 안 되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 정관용> 유치원 그 이전부터.

◆ 손희정> 훨씬 더 이전부터이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태어나기 전부터 사실 이 코르셋은 입혀진다 할 수 있는데 태아 성별 감별하고 나서 분홍색 신발을 준비하세요, 파란색 신발을 준비하세요 하는 것부터.

◇ 정관용> 의사들이 그렇게 말하죠.

◆ 손희정> 그렇게 이야기함으로써 그 분홍색이라고 하는 색깔에 지금 사회적으로 붙어 있는 유약함이라든가 연약함, 귀여움 이런 것들이 여성이라고 하면 당연히 이제 체득해야 하는 것들로 강요되기 때문에 사실은 아주아주 어렸을 때부터 코르셋은 입혀진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여중생, 여고생들 화장 이런 게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여고생, 여중생이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도 화장들을 그렇게 많이 하더라고요.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페이스북이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만 삭제하는 점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이들은 지난달 26일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과 똑같이 '인간의 신체' 일 뿐이라는 취지로 상의 탈의 사진을 게시했지만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곧바로 사진을 삭제, 페이스북 규정 위반으로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황진환기자

 

◆ 손희정> 그래서 저도 사실은 초등학생 화장 현실에 대해서 잘 몰라서 이번에 찾아봤더니 10대 여성들이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42. 4% 정도가 이미 화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거의 절반이네요.

◆ 손희정> 입술 색깔을 넣는 틴트라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마스카라까지 풀메이크업을 하게 되고 그것을 넘어서게 되면 고등학생 정도 되면 네추럴 메이크업이라고 하는 한 듯 안 한 듯한 전문적인 메이크업까지 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안 하는 친구들은 또 따돌림을 당하거나 그러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나 집에서 화장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려서. 어떤 중학교에서는 그럼 피부 상하지 않게 화장하는 법 같은 것들을 특강으로 가르치기도 하고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여중생, 여고생들이 거의 대부분이 화장을 하는 그거는 일종의 스트레스로 강압되는 겁니까, 아니면 스스로 호기심과 즐거움 때문에 하는 겁니까? 어떻게 봐야 돼요?

◆ 손희정> 그게 굉장히 어려운 건데요.

◇ 정관용> 애매하죠, 보기가?

◆ 손희정> 또 즐거움이라는 것이 아까 꾸미는 것이 즐겁다라고 유튜버님도 얘기를 하셨지만 사회에서 어떤 한 사람이 어떤 즐거움을 느낀다는 게 그러면 온전히 자기의 본질적인 거냐, 본능이냐라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어떤 것을 즐겁게 느끼도록 교육받는 것이 되게 중요한데 남학생들은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뛰어놀면서 땀을 흘리는 것이야말로 남자의 즐거움이다라고 배운다면 여학생들은 예쁘게 꾸며서 남자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즐거움이다라고 배우면 아, 그게 즐거움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되게 재미있는 책 중의 하나가 신데렐라가 나의 딸을 잡아먹었다라는 책이 있는데요.

◇ 정관용> 왜요?

◆ 손희정> 말하자면 이 엄마는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은 미국 엄마여서 딸을 굉장히 그런 성별 고정관념에 가둬놓지 않고 키우고 싶었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등등 대중문화를 보면서 딸이 그런 공주옷을 입고 싶어하게 되고 이렇게 바뀌더라는 거죠. 사실 즐거움도 그렇게 자기만의 것이냐라는 것들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 대목에서 무엇이 과연 옳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 손희정> 무엇이 옳다.

◇ 정관용> 어떻게 교육받았건 나는 내가 즐거워서 예쁜 옷 입고 예쁘게 화장하고 이런 걸 좋아한다. 그걸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거죠?

◆ 손희정> 그걸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문제는 뭐냐 하면 여성들이 그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것이고요. 하지 않았더니 굉장히 편하고 즐겁더라라고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분명히 있다라는 거죠.

◇ 정관용> 그게 지금의 탈코르셋 선언인 거죠?

◆ 손희정> 그런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이게 옳다, 저게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것이야말로 여성다움이다라고 이야기했었던 것이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 있고 꾸미고 싶은 욕망은 남성,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죠.

◇ 정관용> 그게 그렇게 스트레스였나? 스트레스였으면 안 하면 되지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아니었군요.

◆ 손희정> 이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고요.

◇ 정관용> 간단하지가 않았군요.

◆ 손희정> 사실은 초등학생의 외모강박이라고 하는 건 화장품이라기보다는 화장품에서보다는 다이어트 강박에서 훨씬 더 많이 드러난다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단순히 몸매나 얼굴 뭐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습관이나 식이습관 같은 것하고도 연결되어 있고. 되게 흥미로운 게 어떤 한 기사에서 본 게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그렇게 자꾸 밥을 남긴다는 거예요. 요즘 급식하잖아요. 왜 밥을 남기냐 했더니 다 먹으면 돼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건 무슨 말이냐면 돼지처럼이라고 하는 그 이미지에 들어가 있는 여러 가지 어떤 성격 같은 것들이 있을 거잖아요. 그거 반대편에 여성다움이라고 하는 것의 성격이 규정된다는 거고 그러면 도대체 이건 어떤 것일까. 밥도 억지로 남겨야 되고 조신하게 행동해야 하고 웃어야 되고 틴트를 발라야 하고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가라는 건 질문해 볼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에요? 외국에도 있어요, 이런 게?

◆ 손희정> 이건 저는 전 세계적으로 있다라고 생각하고요.

◇ 정관용> 언제쯤부터 시작한 거라고 봐야 돼요?

◆ 손희정> 탈코르셋운동이요? 탈코르셋운동 같은 경우에는 사실 저는 한국 사회에서는 식민지까지도 가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역사적으로 찾아보자면.

◇ 정관용> 일제 식민시대?

◆ 손희정> 1920년대 유행했었던 신여성들의 단발 유행이 있었거든요. 단발을 하고 하이힐을 신는 것이 유교가부장제가 여성들한테 강요했었던 어떤 규범성을 탈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신식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단발을 했었고요. 이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냐면 그 당시에 기사 같은 것들을 찾아보면 '단발여성이 지나가니까 모든 사람들이 그 해괴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라고...

◇ 정관용> 맞아요, 처음에는 그랬죠.

◆ 손희정> 이런 식의 묘사가 나오고 신여성들을 되게 폄하하는 논의들이 있었죠. 그때도 머리를 자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본인들에게 강요됐었던 규범들을 벗어나는 어떤 혁명적인 시도였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짧게 서구로 넘어가보자면 1960년대 말에서 시작해서 70년대 서구를 달궜던 페미니즘 제2물결이라고 하는 운동에서 안티미스아메리카운동이 진행이 될 때 거기에서 프리덤 트래쉬 캔이라고 해서 원통형의 철통을 갖다놓고 화장품이나 코르셋이나 브레이지어 같은 것들을 여성들이 버리는 이런 시위를 했었거든요.

◇ 정관용> 이번에 미스아메리카대회에서 수영복 심사 폐지한다. 이런 건 바람직한 방향이네요? 그런.
연세대 젠더연구소 손희정 박사 (사진=시사자키)

 


◆ 손희정> 제가 보기에는 미스아메리카대회 자체가 없어져야 되는 것이지 수영복 정도 없어지는 걸로 의미가 없고요. 그때 70년대 안티미스아메리카를 할 때도 그냥 여성들에게 외모 강박을 덧씌우지 말아라가 운동의 핵심은 아니었고요. 거기서 말하자면 누구를 미녀라고 뽑는가의 기준이 매우 백인 중심적이다라고 하면서 인종차별주의에도 반대하고 그다음에 그렇게 여성들이 꾸미기 위해서 소비자본주의가 강화된다라고 하며 자본주의에도 반대하고요. 되게 재미있었던 건 이 여성들이 진선미 이렇게 당선되고 나면 평화대사라고 하면서 전 세계를 돌잖아요. 그랬을 때 페미니스트들이 얘기했었던 것은 이렇게 미인으로 포장된 평화 뒤에 숨어 있는 군사주의도 철폐해야 된다라고 얘기하면서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등의 되게 다양한 운동들이 들어 있었던 거예요.

◇ 정관용> 그러면 2018년 6월 오늘 대한민국에서 갑자기 이게 주목받는, 이 운동이 주목받는 사회적 배경 그건 뭐라고 보세요?

◆ 손희정> 저는 사실 탈코르셋 운동이 올해 갑자기 주목받았다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이건 예컨대 미투운동이나 아니면 얼마 전에 불꽃페미액션에서 상의 탈의운동 이런 거 했잖아요. 그래서 프리덤 니플운동이라고 하는 여성의 젖꼭지를 해방시키자라고 하는 운동들이랑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2011년에 한국에 잡년행진이라는 운동이 있었어요.

◇ 정관용> 그건 기억 안 나는데.

◆ 손희정> 이게 어떤 운동이냐면 2011년 캐나다에서 성폭력을 이야기하는 포럼이 열렸었는데 그 포럼에서 한 캐나다 남성 경찰이 등장을 해서 여자들이 강간을 당하는 건 슬럿(slut)처럼, 그러니까 잡년처럼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라고 복장 탓을 한 거죠. 전 세계적으로 이거에 반대하는 슬럿워크라고 하는 게 펼쳐졌었는데 그때 여성들이 "옷차림은 강간과 무관하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다. 입고 싶은 대로 입겠다"라고 얘기하며 행진을 했었어요. 이것의 한국 버전이 잡년행진이었던 거고요. 그랬을 때 여성들이 잡년행진에서 이야기했었던 것은 말하자면 복장의 자유, 외모강박에서부터 벗어나고 싶다라고 하는 의지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성폭력이라고 하는 건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의 문제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편하게 입고 그렇게 행동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외모로 축소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매커니즘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저는 미투운동과 같은 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유독 또 우리 사회가 개성 존중보다는 뭐가 이렇게 전형화된 한 방향, 이런 것의 강도가 세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10대, 20대 젊은이들의 저항이 이런 식으로 분출된다.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 손희정> 그렇기도 하고 또 지금 서구에서 좀 볼 만한 것은, 아카데미시상식이라든가 깐느영화제 이런 레드카펫에서 여배우들이 여성들에게만 요구되는 드레스코드를 거부하는 그래서 하이힐을 벗고 레드카펫을 올라간다든지.

◇ 정관용> 맨발로 오신 분도 있고요.

◆ 손희정> 그렇게 하는 걸 보면 사실은 그 여성들에게 씌워지는 코르셋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확실히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탈코르셋운동은 진행되고 있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결국은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각자의 개성대로, 이거지 않습니까? 사회적 강제가 아니라.

◆ 손희정> 아까 인터뷰하신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싸워야 하는 어떤 가치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개성을 존중한다가 답은 아닌 것 같고요. 그 개성이라고 하는 의미가 어떻게 가부장적으로 만들어졌는가를 함께 보면서 갈 필요는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청취자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판단은 청취자분들한테 맡겨둬야죠. 수고하셨습니다.

◆ 손희정> 감사합니다.

◇ 정관용> 연세대학교 손희정 박사였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