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세은(발레리나, 파리 오페라 발레단 제1무용수)
러시아 월드컵으로 온통 축구 얘기지만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발레 얘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프랑스 파리로 가 볼 텐데요. 지난 5일 우리 무용계에 쾌거가 있었죠. '무용계의 아카데미상' 이렇게 불리는 상이 있습니다. 이름이 '브누아 드 라 당스.' 여기서 우리나라 발레리나 박세은 씨가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박세은 씨는요.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제1무용수로 활약 중인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 발레리나 박세은 씨 파리 현지 연결을 해 보죠. 박세은 씨, 안녕하세요?
◆ 박세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조금 늦기는 했습니다마는 축하드립니다.
◆ 박세은> 네,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제가 브누아 드 라 당스라는 상을 앞에서 아카데미상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아카데미상, 칸 여우주연상쯤 된다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 박세은> 네, 그렇죠.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고, 오스카상처럼 그렇게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게 전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서 1년간 펼친 공연들을 다 검토해가지고 그중에 수여하는 상이라면서요?
발레리나 박세은. (사진=박세은 제공)
◆ 박세은> 그렇죠.
◇ 김현정> 박세은 세 글자가 불렸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박세은> 사실 좀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왜냐하면 직접 모스크바에 가서 볼쇼이 무대에 섰을 때도 세계적인 발레리나들이랑 경쟁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조금의 기대도 할 수 없었는데. 제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어요
◇ 김현정> 듣고 나니까 '우와, 저 사람들하고 내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군요.
◆ 박세은> 네.
◇ 김현정> 그런데 여러분, 사실 발레라는 게 서양 무용이고 동양인의 신체 조건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예술이다. 이렇게 알고 있거든요. 맞죠?
◆ 박세은> 네, 맞아요. 제가 러시아에 가서 굉장히 우울해진 상태였어요. 러시아 무용수들의 체격조건이나 아름다움을 봤을 때, 이거는 서양인들이 하는 예술이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그만큼 약간 기가 죽어 있었다고 해야 되나?
◇ 김현정> 텃세라는 것도 있잖아요, 텃세라는 것도. 그런 틈에서 지금 몇 년 만에 제1무용수까지 가신 거예요?
◆ 박세은> 저는 2012년에 정단원이 되고 17년에 프리미에(제1무용수)가 됐으니까 5년 만에 된 것 같아요. 5년, 6년?
◇ 김현정> 5년, 6년 만에 제1무용수가 되고 거기다가 세계 최고의 상까지 탔으니까...박세은 씨가 그동안 들였을 노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였을지 저는 감히 상상이 안 되네요.
◆ 박세은> ‘빡세’ 별명을 붙여 주셨었는데 (웃음)
◇ 김현정> 별명이 빡세은이에요(웃음). 비속어이기는 한데 너무너무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별명이 '빡세은' 이거더라고요.
◆ 박세은> 그런데 제가 생각을 했을 때는 연습량이 많은 건 아닌 것 같고 집념이 조금 강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돼야 할 동작이 되지 않거나 음악성에 확신이 없거나 그럴 때 마음에 들 때까지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연습 시간을 물어보시면 기본 연습 시간은 하루에 6시간, 7시간 이렇게 되지만, 더 많이 할 때도 있고.
◇ 김현정> 기본으로 6시간, 7시간 하는데 내가 원하는 그 라인, 그 느낌, 그 뭔가가 나오지 않을 때는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그냥 계속하는 거예요, 집념으로?
◆ 박세은> 네. 그런데 한 번도 그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연습을 하는 시간이.
◇ 김현정> 그렇게 몸을 써서 계속 10시간, 12시간 하는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있어요?
◆ 박세은> 저한테 한계라는 건 좀 다른 것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령 춤을 추면서 배가 고파서 오늘 나의 한계가 느껴진다, 이런 표현은 할 수 있는데. 더 이상 안 될 것 같은데 되는 것을 한계라고 말한다면, 그거는 저한테 한계라고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더 기쁘고 감사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일반 사람들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는데 그게 아무래도 저희 무용수들은 해야 되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점점 완성이 되어가는 그 과정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고 좋아질 수 있고 하는 그런 것들 있잖아요.
◇ 김현정> 다르네요. 세계 제1의 무용수는 다르네요.
◆ 박세은>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웃음)
◇ 김현정>(웃음) 이렇게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깁니까? 그런데 아까 그러셨어요. 그 와중에도 힘든 게 하나 있다면 배고픈 거 참는 것. 제가 알기로도 체중관리 때문에 발레리나들은 진짜 마음껏 먹을 수 없다면서요.
◆ 박세은> 그렇기는 한데 그건 성장기 때 얘기고 저희 같은 직원 무용수들은 워낙 몸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잘 먹어줘야 돼요.
(사진=박세은 제공)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지금은 우리 먹듯이 세 끼 다 먹고 골고루 음식들 안 가리고 고기도 먹고 막 이래요?
◆ 박세은> 네, 세 끼 다 챙겨먹어요. 고기도 먹어야 되고.
◇ 김현정> 설마 발레리나가 삼겹살 같은 것도 먹습니까?
◆ 박세은> 네, 제일 좋아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박세은 씨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삼겹살.
◆ 박세은> (웃음)고기 중에서는 삼겹살을 제일 좋아해요.
◇ 김현정> 최고의 무용수, 발레리나 박세은 씨 여러분, 지금 만나고 계십니다. 사실은 프랑스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대단한 무용수로 대우받으면서 활동하다가 프랑스로 막 갔을 때 어떤 과정들이 좀 어려웠어요?
◆ 박세은> 부상당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그 주역 작품의 캐스팅이 나와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딱 첫날에 제가 갈비뼈가 파트너가 잘못 들어서 부러진 거예요.
◇ 김현정> 아이고...
◆ 박세은> 숨 쉴 때도 아프고 재채기 할 때도 아프고 웃을 때도 아프고 다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저한테 처음 주어진 주역이니까 이건 꼭 해야 될 것 같고. X-ray 찍는데 정말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었었어요. 그런데 또 지나가더라고요,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들이 기다리니까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 김현정> 박세은 씨 사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요. 아직 서른이 안 된 20대의 무용수인데 말씀하는 걸 듣다 보면 5-60대 이런 분의 삶의 내공이 느껴져요. 그러니까 참 배울 게 많은 분입니다. 발레리나 박세은 씨.
◆ 박세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 박세은> 현재로서는 좋은 작품 만나서 그냥 원없이 푹 빠져서 그렇게 춤추고 싶어요. 다른 큰 목표가 사실 있지는 않아요.
◇ 김현정> 제가 목표를 하나 드려도 될까 모르겠어요 (웃음)
◆ 박세은> (웃음)
◇ 김현정> 제가 바라건대 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349년의 역사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349년 역사에서 서양인이 아닌 무용수가 최고수석 자리에 오른 적은 없었던 거죠?
◆ 박세은> 네.
◇ 김현정> 지금 박세은씨가 제1무용수인데 그 위가 최고수석. 그 최고 수석 자리에 동양인 최초로 박세은 씨가 서는 모습을, 부담은 안 드리는데 좀 소망은 해 봐도 될까요?
(사진=박세은 제공)
◆ 박세은> (웃음) 너무 부담 되는데요.
◇ 김현정> 박세은 씨의 그런 열정과 긍정적인 마인드. 이런 것들이라면 왠지 해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 박세은> 글쎄, 해야겠네요 (웃음)
◇ 김현정> 즐기면서 그 꿈을 하루하루 행복하게 느끼면서 하는 모습. 멀리서 응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 박세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박세은 씨. 자신의 꿈을 향해서 이렇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이 저는 제일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파리 오페라 발레단. 브누아 드 라 당스라는 상을 수상한 발레리나 박세은 씨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속기=>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