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해묵은 숙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국회 협상에 관심이 주목된다.
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경찰위원회법 등 여러 개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 여야가 협상에 실패하면 20년 만에 윤곽을 드러낸 수사권 조정안도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말이다.
◇ 마음 급한 與, 정신없는 野…언제쯤 논의할까마음이 급한 쪽은 더불어민주당 쪽이다. 보수야권이 정계개편으로 협상력이 떨어진 만큼 속도 있는 협상을 원하고 있다.
게다가 9월 정기국회에서는 결산과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입법부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도 여당이 신속한 처리를 원하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 정성호 사개특위 위원장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전달식에서 "국정감사와 예산 등으로 인해 법사위가 논의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며 "여야 지도부가 합의만 하면, 사개특위가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서 격랑에 휩싸인 보수야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계개편을 마치고 재정비를 끝내야만 기세 오른 여권을 상대로 대등한 협상을 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 핵심 의원은 "비대위 구성 등 당에 현안이 산적한 만큼 시급한 일을 먼저 처리한 뒤 원구성에 나설 예정"이라며 "그 이후에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회는 현재 지난달 29일을 끝으로 하반기 원구성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보수야권의 정계개편으로 원구성 협상 시기마저 요원하다.
결국 여야의 본격적인 협상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나온다.
국회의사당 (사진=자료사진)
◇ '변신' 중인 보수야권…새 국면 맞을까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여야의 논의는 이전보다 한 단계 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야당에서는 이번 수사권 조정안의 결점으로 '인사권 독립'을 지적했다. 검·경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한을 줄여야만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사개특위나 법사위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야권의 지적은 건설적인 논의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이전처럼 반대 목소리를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논의 주체는 어디…사개특위? 법사위?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주체를 두고는 여러가지 전망이 나온다.
먼저 현재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방안이다. 사개특위는 오는 30일로 활동기간이 만료되는데, 여야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개특위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사개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그동안 한국당에서 사개특위 운영을 의도적으로 방해해왔다"며 "사개특위는 정쟁의 장이 될 뿐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사개특위 대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논의의 주최가 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법사위 소관인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수인 데다, 아무래도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사위가 경찰청을 소관하지 않는 만큼 법사위에서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할 경우, 경찰의 목소리가 소극적으로 반영될 우려가 나온다.
또 현재 사개특위 활동을 종료한 뒤 추후 새로운 사개특위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얘기도 있다. 현재 야권이 내홍에 빠지면서 대여(對與)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사개특위 연장안을 논의하기 힘드니, 일단 활동을 종료하고 다시 구성하자는 것이다.
협상 주최를 떠나 종국에는 원내 지도부 간 담판으로 결론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