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열심히 감시해달라"며 "조국 민정수석이 중심이 돼 청와대, 정부 감찰에서 악역을 맡아달라"고 말했다.
또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렵다.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지지가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 높았다는 뜻인데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며 "정치사를 보더라도 앞선 선거에서의 승리가 다음 선거에서는 냉엄한 심판으로 돌아왔던 경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돼 자칫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임을 잊을 경우 2020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청와대 전직원이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 주제 수석·보좌관 회의가 실시간으로 청와대 직원들과 공유된 것은 참여정부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지방선거 승리감이 긴장감 해이와 독선, 내부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청와대는 물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전파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수보회의에서는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 및 대응방안'을 장시간 보고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2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과거의 정부를 타산지석 삼아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협력해 국민의 지지 하에 국정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회의에서 "지방선거 승리 이후 새로 구성될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2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토착비리를 근절하기로 한 바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하반기 지방정부, 지방의회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집권세력 내부의 분열 및 독선', '민생 성과 미흡', '관료주의적 국정운영과 관성적 업무 태도' 등 과거 정부의 국정상황에서 표출된 3가지 교훈도 보고했다.
조 수석은 ▲집권세력이 내부 분파적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을 대상화하거나 계몽주의적 태도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긴장감이 해이해져 측근비리 및 친인척 비리가 발생한 경우 ▲민생에서 성과가 미흡하고 소모적 정치 논쟁으로 갈등 국면이 계속되면서 국민들 피로감이 가중되는 경우 ▲자기혁신과 정부혁신의 미흡으로 혁신동력이 떨어지고 관료주의적 국정운영과 관성적 업무 태도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잃는 경우 등 세 가지 행태를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2기에 대한 특징도 소개했다.
조 수석은 ▲국민들의 기대 심리가 대단히 높고 특히 민생 분야에서 국민들은 삶의 변화가 체감될 정도로 정부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점 ▲정부 여당의 오만한 심리는 독선과 독주를 낳고 또 긴장 이완을 낳아 본격적인 내부 권력 투쟁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겸허한 정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를 꼽았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들은 집권세력 내부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에 제어할 필요가 있고 오만과 아집,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민정수석실 보고에 모두 동의했다.
또 일자리·소득증가 등에서 국민들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점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조 수석은 "청와대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신념윤리가 아닌 책임윤리"라며 막스 베버의 언급을 인용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정부패를 스스로 근절하고 국민적 의제에 대한 정책 역량을 제고하는 혁신하는 정부에 대한 필요성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또 정부 혁신과 관련해서는 행정부 내부 개혁을 넘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부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