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초기 조치로 북한의 핵무기와 ICBM 폐기나 반출 등 이른바 '프런트 로딩(front-loadimg' 방식이 합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미정상회담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비가역성 기준으로 20% 비핵화를 제시한 것은 '핵심적 핵능력'을 제거하는 방식의 초기 조치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프론트 로딩'이 충족되면 제재 완화 또는 해제, 관계정상화 등 체제안전 보장조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사가 함축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북미정상들이 이같은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여하는 북미간 후속 고위급회담에서 상당량의 핵무기와 핵물질, ICBM 폐기나 반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관련해 이기동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 프론트 로딩은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북미간 후속 협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부 핵무기와 ICBM 폐기나 반출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형 대외전략실장도 "트럼프 모델의 핵심은 비핵화 프로세서의 속도를 빨리하면서 불능화와 폐기 부분에 강조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와는 달리 역순으로 진행하려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으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조치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연구원은 진단했다.
"북한은 미국 의회가 보증하는 체제보장 조치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 상원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CVID를 합의문에 명기하기 위한 보상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측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검증가능성과 비가역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미국에 전달했고, 미국이 이를 양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제시한 '한미연합훈련중단' 카드가 북한에 큰 선물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임수호 북한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은 핵무기 폐기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의 대남 핵우산 폐기를 주장했지만 올들어서는 한미연합훈련시 핵전력 자산 전개 중단으로 목표를 하향조정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한만큼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앞으로 가져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연합훈련중단'은 비핵화에 따른 북한 군부의 안보 우려를 덜어주면서 혹시라도 있을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세종연구소 주최 특별정세토론회에서 "북한에서 2~3주 내 비핵화 관련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에서도 대북제재와 북미수교에 대한 초보적인 방침도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미정상간 합의문은 포괄적이지만, 합의문 밖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폭파한다든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한다는 것들이 그 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