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딱딱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여유가 묻어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면 긴장된 표정으로 간간히 미소를 짓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에 위치한 카펠라 호텔에서 드디어 만난 두 정상의 '몸짓 언어'에는 미국과 북한이 처한 현재 위치가 그대로 드러났다.
빨간 넥타이의 양복차림으로 차량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미국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린 로비 앞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곧바로 김 위원장의 오른쪽 어깨를 쓰다듬는 등 친근감을 나타냈다. 12초 동안 악수를 하면서도 연신 환담을 건넸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트럼프식 '악수 완력'도 부리지 않았다. 지난 70년간 적대관계였던 상대를 대하는 태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먼저 말을 건네고, 또 단독회담을 위한 서재까지 동선을 안내하는 듯한 몸짓도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재 앞을 가리키며 "여기가 맞느냐"는 식으로 묻는 김 위원장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쪽으로 이끌었다.
서재 안에서도 취재진에게 "잘될 것"이라며 모두발언을 먼저 한 것도 트럼프였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하자 곧바로 "사실이다(That's true")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처음 서방세계로 나온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기의 담판을 위해 은둔을 포기하고 싱가포르까지 날아온 젊은 지도자는 긴장한 표정을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
그는 호텔로 향하는 차량에서까지 서류를 검토한 듯했다. 김 위원장은 직접 서류철을 허리춤에 끼고 안경을 벗으며 차에서 내렸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직접 짐을 드는 장면은 보기 어렵다. 그만큼 북한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마치 만났던 사이였던 것처럼 김 위워장의 어깨를 쓰다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몸짓에 비해, 김 위원장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적어도 단독회담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트럼프에게 주도권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로 화답했다. 차에서 내릴 때만 해도 딱딱하게 굳어있던 표정은 찾기 어려웠다. 회담장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에는 한 팔을 탁자에 올리고 대범한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연신 그를 쳐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둘은 35분에 걸친 단독회담을 끝내고 복도를 걸으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취재진에도 손을 흔드는 등 짧은 시간동안 가까워진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모든 정상회담이 그렇듯, 그들의 사소한 몸짓에 담긴 '계산된 메시지'는 이날 특히나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