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 도심 관광지로 떠오른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산이 많은 부산의 산 중턱에 도로를 개설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판잣집 등이 몰려 형성된 감천문화마을은 원도심의 낙후한 지역이었으나 도시재생 과정을 거쳐 색다른 문화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영도 흰여울마을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절벽에 집을 지으며 형성된 마을로 몇 년 전부터 지역 예술가 등이 작업공간을 마련하고 벽화 등으로 마을을 꾸미면서 외지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들 두 곳은 처음부터 관광지로 개발된 지역이 아니라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마을이 도시재생을 거치면서 관광지로 변모한 곳이다.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마을이 관광지로 주목받으며 외지인들이 찾아오고 크고 작은 음식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생활 환경이 나아지자 처음에는 환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나는 외지 관광객들로 인해 생활권을 침해받으며 불편을 겪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은 일부 관광객들의 고성방가나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일부 관광객은 주민들이 사는 집 안까지 들어오고 함부로 사진을 찍는 등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부른다.
관광객을 의미하는 'Tourist'와 지역 상권이 발달하면서 원주민을 내모는 'Gentrification'을 합친 말이다. 주거지역에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소음, 쓰레기, 주차 문제 등으로 주거환경을 위협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감천문화마을은 2012년 집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연간 9만8천348명이던 관광객 수가 2015년 138만1천361명으로 100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205만297명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심각해지는 관광객들의 사생활 침해를 견디다 못해 마을 입장을 유료화해 관광객 수를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부산시는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도심 관광지의 사생활 침해 등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해소 대책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시는 먼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부작용을 담은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이달 말께 부산시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 공공 전광판 등에 노출하는 등 관광문화 개선 캠페인에 나선다.
이 영상물은 외지 관광객들의 느닷없는 행동 등으로 깜짝 놀라는 주민들의 모습을 상황극으로 표현해 주민들이 느끼는 생활 불편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도심 관광지 곳곳에 주거환경에 불편을 주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안내판을 부착하고 폐쇄회로TV를 설치해 관광객들의 도 넘은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역 공동체가 관광산업에 참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관광지 개발로 인한 이익을 마을 주민들과 나누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북촌마을이나 제주도 등에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며 "관광객들도 일반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관광지의 특성을 인지하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