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5일 각자 '상대방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현실적 협상 만료시한인 6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실패하더라도 '보수의 대표성'이란 명분을 선취하기 위한 압박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서울시민과 야권에서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며 "야권이 분열돼 선거를 치르면 지난 탄핵 대선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현실적으로 조직과 정책 면에서 우세에 있는 김문수 후보가 사퇴하기는 어렵다"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25개 구청장과 광역‧기초의회, 국회의원 재보선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서울시와 관련된 전반적인 선거 판세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이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의 인물 평가에 대해서는 높이 산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선거는 조직의 열세로는 치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님이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해주면 지방선거 이후 양당이 대동단결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야권 대통협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구국적 결단을 앙망한다"고 했다.
홍 대표의 주장은 안 후보가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하며, 그 희생의 대가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 이후 총합의 길로 나아갈 동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역시 김문수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후보를 겨냥 "'내가 안 되는 것이 뻔한데 해야 되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결단의 미학을 기대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샤이 안철수', 이런 것이 분명히 있다"며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상 안 잡히는 것이지 현장 유세를 하면 '안철수 살아있네'라고 하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당이 단일화의 전제조건을 놓고 서로 상대측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지난 3일 후보자 당사자들 간 회동에서 논의된 각자의 입장이 재확인된 결과다. 이 자리에서 김문수 후보는 여론조사 단일화를, 안철수 후보는 김 후보의 사퇴를 각각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후보는 또 다시 상대방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안 후보는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이)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실 것"이라며 "결국 지지받지 못한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포기하거나, 마지막까지 경쟁하더라도 시민들이 한 후보에게 표를 모아주실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했다.
김 후보 측 정택진 대변인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는 당 대 당 통합을,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제안했다"며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후보 결정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자신들의 요구 조건은 보수통합, 즉 안 후보의 한국당 입장이지 경선을 통한 단일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현실적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며 "따라서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