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완전한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문재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북미간 불협화음에 적극 중재 행보를 넘어 전체 판을 새롭게 틀어쥐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미국과 북한 모두 호응하면서 문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실현에 '청신호'가 켜졌다.
◇ 반전에 반전…아무도 예상못한 깜짝 남북 정상회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반전을 거듭하던 6·12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이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순풍'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16일 북한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공사의 국회 간담회를 문제삼아 일방적으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사이비 우국지사' 등 독설을 퍼부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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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백악관 일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무산 신호가 속속 포착됐고, 지난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담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서한 형식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신한다"고 밝힌 지 불과 이틀만이었다.
25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며 본격적으로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실제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 무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긴밀한 통화를 이어갔고, 정상회담 테이블 앞에 양국 정상을 앉히기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미국측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남북 사이에서도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간 통화가 적극 이뤄졌다.
급기야 25일 오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전갈이 김영철 부장을 통해 우리측에 접수됐다.
이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즉각 수용하고 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지시했다.
◇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의'를 오해 불식으로 전환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밤(한국시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며 내세운 논리는 북한이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의'(the tremendous anger and open hostility)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 직후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천명한 것은 북미 모두를 향해 던진 문 대통령의 고도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비핵화 방식과 시기 등 민감한 의제를 놓고 북미 실무진 사이에서 이견(異見)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만큼, 정상간 통큰 결단을 통해 '기적처럼 찾아온' 한반도 비핵화 입구가 다시 닫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각성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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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내 전날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미)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양측간 적대와 분노를 실무회담간 오해로 치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책임있는 정상간 결단을 촉구했던 셈이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직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을 향해서도 한미간 소통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통보했다.
또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등 가교역할에도 충실했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 관계로서 최근의 남북간 문제와 6·12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앞두고 긴밀히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김 위원장의 의지를 전달했음을 사실상 확인했다.
◇ 북미회담 넘어 남북미 3국 회담 통한 종전선언까지 '청사진'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고조됐던 남북간 긴장상태를 해소한 점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하고, 남북간 갈등 변수가 돌출됐을 때 언제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로 남북 정상은 연기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6월 1일 개최하자는 데 합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군사적 긴장완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 적십자 회담 개최에도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2차 정상)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 향후 시나리오를 재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아시다시피 남북간에 핫라인이 개설됐다. 북미간에도 (핫라인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며 "남북미 3국간 핫라인 통화 개설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3자간에 정상회담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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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독일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의 담대한 발전이라는 '신 베를린 구상'을 선언할 때부터 묵묵히 추진해온 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과 중재자 역할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