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2018년도 내나라연구소 특별학술토론회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미국의 북미회담 취소와 관련해 의제조율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 교수는 25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사단법인 내나라연구소 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번 회담 취소의 배경에 대해 "(미국이)북측하고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면 실패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을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더불어 "CVID 해체와 관련 순서에서 선 폐기 후 보상이냐 폐기,보상 동시 진행이냐에 대한 충분한 교감이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이어 "(실패할 경우)국내외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고 '시간을 더 갖자, 북한하고 의제조율을 더 하는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주변 참모들도 많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 추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이외에도 북미 양측의 메시지 관리 실패, 미국내 네오콘의 영향, 핵폐기 과정의 의구심 증가 등을 북미회담 취소 배경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미국의 리비아 모델 언급이나 군사적 옵션 언급 등의 메시지를 흘렸고, 북 또한 원색적 메세지를 보내 회담 전 기싸움을 하다가 메세지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펜스 부통령이나 존 볼튼 백악관 안보 보좌관 등 북한에 강경한 네오콘(신보수)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며 "열자는 입장인 폼페이오국무장관과 펜스 부통령이 논쟁하다 취소 결정이 내려졌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교수는 북미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말미 "마음이 바뀌면 편지나 전화를 하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여전히 협상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한미 회담 등에서 단계적 핵폐기와 폐기·보상 동시 진행, 철저한 준비 과정 등 '트럼프 모델'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재미한인 석방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선제적 폐기, 그리고 취소 후 나온 북의 반응 등의 비교적 부드러운 반응도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문 대통령에 향후 역할에 대해선 "여기까지 온 데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며 "중재외교는 아니더라도 소위 '촉진 외교'를 하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의 이야기 판을 살리는 적극적 역할을 계속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서는 문 교수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등을 언급하며 "북미회담을 지연시켜서 양국 모두 득을 볼리 없으니 빨리 나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북미회담 취소 결정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정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을 것이라는 이른바 '패싱'논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 결정으로 패싱은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화해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교수는 토론 시작부터 "청와대 특보가 아닌 교수로 의견을 말하려고한다"며 토론장을 나오면서도 "오늘은 문제 발언하지 않겠다"고 그동안의 논란을 의식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