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뉴스룸 캡쳐)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5시간여에 걸쳐 폐기작업을 완료했다.
지난 2006년 1차실험을 시작으로 작년 9월까지 무려 6차례 핵실험이 이뤄져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줬던 풍계리 핵시험장이 12년만에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핵 시험장 폐기폭파장면은 국제기자단이 원산으로 이날 밤 복귀하면 25일 오전 7시쯤을 전후해 전 세계에게 전파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한국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핵실험장 갱도 폭파는 이날 오전 11시 만탑산 2번 갱도를 시작으로 오후 2시 14분 4번 갱도, 오후 4시 2분 3번 갱도 순으로 이뤄졌다.
국제기자단이 핵실험장 폐기를 위해 전망대에 오르자 북한측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라고 밝힌 익명의 인사가 먼저 폭파 일정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폭파작업이 이뤄진 만탑산 북쪽 2번 갱도 관측소로부터 2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북한 군인 4명이 폭파작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전브리핑이 끝나자 북한측 인사는 국제기자단에게 "촬영이 준비됐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셋, 둘, 하나'를 외치자, 갑자가 '쾅쾅'하고 거대한 굉음소리가 일어났다.
순간 해발 2205미터의 만탑산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2번 갱도 입구에 있는 흙과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내렸다.
현장을 지켜 본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봤다. 그들은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을 했다. 큰 폭발이 있었고,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지와 열기가 밀려왔고, 대단히 큰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폭발 당시 나무로 만든 관측소도 산산조각 났다.
제일 먼저 폭파작업이 이뤄진 2번 갱도는 핵실험이 5차례나 이뤄진 곳이다. 마지막 핵실험은 작년 9월이었다.
이 당시 폭발력은 250톤에 이를만큼 대규모로 알려졌으며 수소폭탄 실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이날 오후 4시 17분까지 3번과 4번 갱도도 순차적으로 폭파했다. 두 갱도는 모두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은 갱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른바 핵실험장 폐기를 '쇼'라고 하는데 핵실험장에는 아직도 사용이 가능한 갱도가 있고 이것도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각 서쪽과 남쪽의 3번과 4번 갱도를 일컬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 핵무기 연구소는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 입구를 완전히 폐쇄하는 동시에, 현지에 있던 일부 경비시설들과 관측소들을 폭파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유출현상은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핵무기 연구소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