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자료사진)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무한 지 16일 만에 지병이 악화돼 사망한 노동자에게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윤모씨의 배우자 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가 현장 근무를 시작한 지 불과 16일 만에 사망했다"며 "작업 방식과 작업량, 강도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윤씨가 사망할 무렵 근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가중된 작업 강도가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급격히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 지병이 있었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연이어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망 당일에는 전날보다 체감온도가 10도 이상 떨어진 상태에서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별다른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계속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근무환경 변화 등으로 과로가 누적됐고,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심근경색이 유발됐다고 추단할 여지가 있다"며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에서 도장공으로 일하던 윤씨는 근무를 시작한 지 16일만인 2015년 12월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윤씨는 통상 오전 7시에 출근해 고정된 휴식시간 없이 평균 8시간 30분 정도 작업했고 근무를 시작한 이후 하루 휴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문이 설치되지 않은 탓에 강한 외부 바람을 막아달라고 동료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1, 2심은 윤씨의 사망 원인이 불분명뿐만 아니라 극심한 과로나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