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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박호식 CP에게 듣는 '리메이크 드라마'의 빛과 그늘

왼쪽부터 리메이크 드라마로 호평을 얻은 '마더' '슈츠' '굿와이프'(사진=KBS·tvN 제공)

 

가히 리메이크 드라마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리메이크 드라마가 호평을 얻으면서 최근 들어 각 방송사마다 앞다투듯 관련 작품을 이미 내놓았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tvN은 2016년 '굿와이프'와 최근 막을 내린 '마더' 등을 성공시키며 리메이크 드라마 열풍을 이끌어 온 주역으로 꼽힌다. tvN 박호식 책임프로듀서(CP)는 리메이크 드라마의 범주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큰 의미에서 웹툰이나 웹소설을 드라마화 하는 것도 리메이크다. 다만 전통적으로 해외 등지에서 먼저 소개된 영상 콘텐츠를 한국에서 현지화하거나, 영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식으로 포맷을 바꾸는 것을 가리킨다."

박 CP는 "좁은 의미에서 본 리메이크 드라마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나온 작품을 드라마화 한 시도는 많았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다"며 말을 이었다.

"영화를 드라마로 리메이크할 경우 120분짜리를 1000분으로 늘려야 하기에 많이 힘들다. 거꾸로 일본에서는 드라마를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많다. '춤추는 대수사선' '갈릴레오'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호환이 많이 안 된다."

그는 리메이크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한 번 테스트를 거친 이야기"를 꼽으면서 "이른바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이야기의 큰 축은 흔들리지 않는다. 권선징악이나 주인공 성공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때 몇 가지 눈에 띄는 장치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굿와이프'의 경우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그렇다. 주인공은 변호사 출신이지만 검사인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전업주부가 됐다. 그러나 믿었던 남편이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주인공이 이를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이야기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리메이크 드라마는 이런 식으로 어느 나라에서나 쓸 수 있는 장치를 가져오는 셈인데, 이 검증된 장치가 리메이크를 했을 때 큰 장점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한국 드라마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성공작을 일차적으로 살펴보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본질적인 면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타당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져와야 성공 확률이 높으니까. 리메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테스트를 거친 이야기라는 데 있다."

◇ "관건은 리메이크 현지화…'문화 할증' 줄이는 데 키 있다"

'굿와이프' 스틸컷(사진=tvN 제공)

 

리메이크 드라마 성공 여부는 현지화에 달렸다고들 말한다. 이야기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현지 문화·정서를 곁들이는 정밀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박 CP는 "현지화를 한마디로 '이거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이나 중국, 동남아 같은 유교·대가족 문화권을 공유하는 지역은 문화적으로 인접해 있다. 이를 '문화 근접성', 또 다른 말로 '문화 할증'이라고 하는데, 이 문화 할증이 적은 곳끼리는 리메이크 하기가 쉽다. 그대로 가져와서 각 나라 법령이나 정치적인 면을 가미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등 영어권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가까운 예로 '굿와이프'의 경우 여주인공과 시부모 사이의 감정·정서는 미국과 한국이 분명히 다르다. 전업주부에서 다시 일을 얻어야 하는 힘든 과정 역시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더라도, 그 힘든 과정의 강도는 문화적으로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박 CP는 "그 조금씩 다른 지점들을 다듬는 것이 현지화의 키라고 할 수 있다"며 분석을 이어갔다.

"내 경우 지극히 서구적인 문화에 근거를 둔 이야기는 처음부터 아예 배제한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나이가 적든 많든 서로 친구가 돼 스스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몇 년생이냐' '어디 출신이냐' 등 동급생 문화에 따라 철저히 서열을 나누잖나."

그는 "걸출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역시 굉장히 서구적인 문화인데, 그 문화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오기는 힘들다"며 "이렇듯 문화적인 토대가 전혀 다른 작품은 그 문화가 드라마의 본질이기 때문에 손대기가 무척 어렵다"고 전했다.

◇ "다양한 소재에 반응하는 시청자 수준 괄목…자체 개발 소재 고갈 걱정"

'마더' 스틸컷(사진=tvN 제공)

 

결국에는 리메이크에 따른 현지화가 수월한 작품은 보편타당한 이야기라는 데로 다시 무게중심이 모아진다. 박 CP는 다시 한 번 '굿와이프'와 '마더'를 그 사례로 들었다.

"'굿와이프'는 남편의 부재 상황에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 사회에 다시 진출했을 때 겪는 어려움, 여자로서 감당해내야 하는 선입견,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어머니나 자식 세대와의 갈등과 같은 이야기 구조가 굉장히 보편타당하기 때문에 현지화가 쉽다."

그는 "'마더'도 마찬가지인데,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다' '엄마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보편타당한 이야기의 힘"이라며 "물론 약간 왜색이 있어서 한국 정서와 안 어울리는 요소들이 있지만, 본질적인 이야기 토대는 같다. 이러한 점이 리메이크 작품을 고를 때 핵심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외국에서 이미 성공한 스릴러와 같은 장르물을 리메이크 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그것도 옛날 이야기"라는 것이 박 CP의 진단이다. "단순히 장르물이기 때문에 해외 작품을 가져와 리메이크하던 것이 장점인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장르물의 경우 10여 년 전이었으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지금은 잘 만들어진 한국형 장르물도 꽤 많이 나오면서 장르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국, 영국 등에서 만들어진 굉장히 많은 작품을 챙겨보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특히 "중범죄자의 심리를 다룬 외국 드라마 등을 볼 때 '이것은 미드니까'라는 식의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을 한국 드라마로 만들 경우 원작처럼 잔인한 장면을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정서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리메이크 드라마 열풍을 두고 박 CP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것 중 하나는 한국 시청자들의 취향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가 제한돼 있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리메이크 소재를 끌어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박 CP는 특히 "리메이크 열풍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면, 그만큼 한국에서 만들어내는 자체 개발 소재가 고갈됐다는 방증"이라며 "어찌 보면 스스로가 개발해야 하는 힘든 길을 걷지 않고 이미 한 차례 테스트 된 것들을 가져온다는, 다소 쉬운 길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드라마 제작 편수가 많아진 만큼 창작자 수가 비례해 늘어나지 않은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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