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를 빚은 대한항공이 뒤늦게 3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진에어에 공식 권한이나 직책이 없는 조양호·원태 부자가 내부 문서를 결재해온 사실도 드러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하에 공정위로 넘겨졌다.
국토교통부는 18일 행정처분심의의원회를 열어, 이같은 심의 결과를 확정했다.
위원회는 먼저 지난 2014년 12월 5일 이른바 '땅콩 회항'이란 명칭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KE086편의 '뉴욕공항 램프 리턴 사건'에 대해 운항규정 위반으로 27억 9천만원의 과징금을 대한항공에 부과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여운진 당시 객실담당 상무에 대해서도 과태료 각 150만원씩을 부과했다. 28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은 해당 위반행위로 부과될 수 있는 최고금액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권이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 과징금 18억 6천만원에 50%를 가중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구체적인 운항규정 위반으로 △기장의 돌발사태 대응절차 및 지휘권한 위반 △사실확인시 거짓서류 제출 △사전공모로 국토부 조사 방해 △사실조사시 거짓 진술 등을 지목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10일 발생한 KE840편의 '웨이하이 공항 활주로 이탈사건'에 대해서도 심의를 벌인 끝에 운항절차 위반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과징금 3억원, 당시 기장과 부기장은 자격증명정지 30일과 15일의 처분을 받게 됐다.
아울러 국토부가 땅콩 회항 이후 2015년 5월 조치한 5개 안전개선권고 가운데 대한항공측이 상이하게 이행했던 2건에 대해서도 당초 권고대로 이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앙안전위원회의 이사회 직속배치' 건은 오는 7월 열릴 차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에 안전전문가 선임' 건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또 미국 국적인 조현민의 '등기임원 불법 재직'과 관련, 여섯 차례에 걸쳐 진에어로부터 제출받은 소명자료를 점검한 결과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다.
진에어에 공식 업무권한이나 직책도 없는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내부문서 70여건을 결재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회사 운영이자, 진에어에 공식 권한이 없는 자가 결재를 한 건 그룹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진에어 면허 취소 여부에 대해선 "면허 결격사유 관련 사항은 여러 법률 전문기관 자문과 내부 검토 후 조치할 계획"이라며 여전히 입장을 유보했다.
3년 5개월여만에 뒤늦게 이뤄진 이날 '땅콩회항' 행정처분을 놓고 대한항공과의 유착 의혹을 가리키는 '칼피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염두에 둔 국토부도 "램프리턴의 행정처분이 늦어진 것에 대해 철저히 감사할 예정"이라며 "부적절한 업무처리가 발견되면 응당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법률자문 결과 법원판결 확정후 행정처분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며 "지난해 12월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을 토대로 추가 법률자문 등을 거쳐 이번에 행정처분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