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드루킹 특검'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그간 특검 관철을 위해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섰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두고 당내 평가가 엇갈린다. 야당으로서 강력한 투쟁성을 보여줬다는 호평의 이면에는 '전략 부실'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은 '특검 관철'을 김 원내대표의 성과로 돌렸다. 각종 의혹제기를 통해 드루킹 문제를 의제화 시키면서 강경투쟁을 이어간 결과가 이번 특검 합의라는 것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원내대표의 집념과 한국당 의원들의 지원, 야권 공조로 이뤄낸 특검이 여론조작으로 가짜 나라를 만들어 가는 세력들을 철저하게 밝혀 진짜 나라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번 합의안의 내용을 두고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특검 추천방식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용했다는 평이다. 합의 내용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4인을 추천받은 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까지 포함한 야 3당 교섭단체가 합의를 통해 2명으로 추리고,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 1명을 임명한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합의해 추천한 특별검사 2명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데서 다소 후퇴안 안이다. 최초 추천 주체가 대한변협인데다가 범(凡)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까지 협의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밖에 당초 김 원내대표가 주장했던 '조건 없는 특검' 대신 추가경정예산안과의 동시 처리에 합의한 점도 '일보 후퇴'로 평가된다.
법조인 출신인 한 의원은 "3당 교섭단체 합의가 포함된 게 가장 난제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인사는 최종 임명 때 배제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권력에서 독립된 특검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이견 때문에 한국당은 합의안을 추인하는 과정에서 표결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합의안을 우리가 받지 않았을 경우엔 야권 공조가 깨질 수 있다. 그렇게 논의가 늘어지면, 우리가 주장하는 특검에 대해 국민 여론이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자칫 '야권 공조 고리'가 끊어져 한국당이 향후 정국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합의안 수용의 이유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당이 특검 관철을 명분으로 '의원 사직서 별도 처리'에 결사반대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검을 이유로 사직서 처리를 막아서는 건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다른 야당이 협상에 나섰고, 그 결과 한국당이 수세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는 김 원내대표의 '전략적 협상력'에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 관계자는 "사직서를 처리하고 보궐선거를 예정대로 치러 의원 공백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을 쟁점 사안인 특검으로 막아선 건 안타까운 점"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투쟁에는 강했지만, 전략적으론 약했다는 평가는 '단식농성 결정'을 둘러싸고도 제기된다.
드루킹 의혹제기에 집중했던 한 관계자는 "농성 결정까지 세밀한 협상 로드맵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고,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단식 카드는 너무 섣불리, 독단적으로 꺼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어쨌든 상황마다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한 건 사실"이라며 "아직 쟁점이 많으니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이날 특검의 활동시한과 수사 규모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해 16일 오전부터 다시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