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사정(査正) 강도가 시간이 갈수록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검찰이 지난 9일 LG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에 대해 ㈜LG본사 재무팀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하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이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로 적폐청산 수사를 사실상 일단락지은 검찰의 ‘칼끝’이 대기업 쪽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 될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검찰뿐 아니라 경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까지 전방위적으로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모양새여서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5대 그룹, 모두 검찰 수사…4곳은 압수수색도
LG는 총수 일가 10여명이 LG상사 지분을 그룹 지주사인 ㈜LG에 매각하면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LG는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 협력업체와의 상생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고, 특히 오너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적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당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소명이되면서 조사가 마무리 수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또 노동조합 와해 혐의 등과 관련해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SK의 경우 그룹이 아니라 계열사인 SK건설이 작년 말 주한미군기지 공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총수인 신동빈 회장은 뇌물공여혐의로 지난 2월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정권 초기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와 맞물려 롯데그룹을 조준해왔다. 신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2016년 11월 처음 검찰에 소환됐다. 현재 신 회장은 면세점 특허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항소한 상태다.
◇ 검찰의 전방위 수사 재계 전체로검찰의 칼날은 5대 그룹만 향한 것이 아니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논란을 시작으로 탈세와 밀수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효성그룹도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개인 회사를 지원했다는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검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또 황창규 KT 회장도 정치권에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채용비리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는 경제단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압수수색을 받았다.
◇ 국세청, 공정위, 금융당국까지 나서검찰ㆍ경찰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당국도 나서 재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과 간담회를 갖고 “재벌개혁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 내지 5년 시계 하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10대 그룹과 CEO와 만난 것은 1년 새 이번이 세 번째다. 바쁜 CEO들을 시시때때로 불러들인다는 비난에도 간담회를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압박을 거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기업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입법에 맡겨야 한다’는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법률이 개정될 때 가지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발적 해결을 촉구했다.
◇ 당혹스러운 재계…"경영활동 위축 심해"
재계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적폐청산 태풍이 재계에 본격 몰아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경총도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마땅한 루트가 없는 것도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에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의 ‘동시다발적 몰아붙이기’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반(反)기업적인 정서가 확산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남북경협 등 미래를 고려하고, 일자리 창출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도한 수사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