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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평양간 날에도 날카로운 신경전…북미정상회담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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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김정은 초청으로 재방북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날짜, 장소 등 최종 협의…최대 고비
노동신문, 폼페이오 방북하는 날 미국 비난 사설
폼페이오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는 안된다"…북미간 막판 신경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사진=백악관 유튜브 캡처/자료사진)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개회 장소 최종 확정 발표를 앞두고 북미간에 막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다시 평양을 방문했다.

비밀리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지 40여일만에 재방북하는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방북 사실을 공개하고, 억류된 미국인 3명을 함께 데리고 돌아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장소 등에 대한 최종 조율을 앞두고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북미 양측의 신경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 평양 도착을 앞두고 발행된 9일자 신문 사설에서 "현 정세 국면에 부합하는 진성성과 성의를 보이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특히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노동신문은 '화석처럼 굳어진 냉전 의식의 발로'라는 개인 논평에서 "미국은 모처럼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흐리는 언동과 처신을 삼가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서도 유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현 정세 국면에 부합되게 진정성과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백악관 대변인과 국가안보보좌관, 일부 미 국무성 관리들은 조선반도에서의 극적인 사태변화를 시답지 않게 여기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최근 '핵 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중·단거리미사일까지 모두 영구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며 북미정상회담의 문턱을 계속 높이는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도 만만치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행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재차 강조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일괄타결'식 해법을 다시 부각시켰다.

그는 "(비핵화에 대해)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북미 양측이 비핵화 방법론에서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대량살상무기 폐기까지 추가로 언급하고 나온 상황이어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이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평양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렇게 무겁지 만은 않다.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지만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며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부위원장도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데 있어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부 의제 조율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외에 생화학무기 등 다른 대량살상무기 폐기나 북한 인권 문제라는 새로운 허들을 미국이 계속 고집할 경우 어렵게 조성된 대화의 판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핵문제 외에 다른 의제를 제시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이나 군사적 위협 해소 조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주한미군철수나 한미군사훈련 문제까지 다시 걸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위원은 "미국 일각에서는 여전히 북한이 대북 제재에 굴복해서 협상에 나왔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이런 기조로 접근하면 타협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도 미국이 생화학무기, 중·단거리미사일, 인권문제 등을 추가할 경우 "북한은 신포 경수로 건설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의 권리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사실 어떻게 보면 정상국가가 누리고 있는 정당한 요구에 속하는 것이어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미국의 압박도 리비아식 해법처럼 고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존 볼턴 국가안보좌관은 지난 2003년의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하면서 북한으로부터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받아내려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동시에 진행하고 싶은 북한의 입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은 리비아에 대해 3개월 안에 전체 핵 시설 리스트를 공개하고 사찰과 함께 폐쇄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핵 동결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을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리커창 중국 총리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등 여러가지 조치들에 대해 나름대로 본인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며 '피드백'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성의를 보이는 것에 대해 미국쪽에 요구한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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