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의혹이 내부 고발로 더욱 민낯을 드러내는 모습이지만, 중소기업의 직원들은 이런 '을들의 반란'이 그저 부럽다고 말하고 있다.[편집자 주]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인사전횡뿐 아니라 폭언과 폭행, 인격모독, 사생활 침해, 사적인 지시 등 상사의 갑질에 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조직화가 어렵고 보복에 대한 걱정도 많아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더 어려운 구조를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직원만 나가고 회사는 그대로국내 한 의료기기업체 직원들은 지난해 회사 내부 계정으로 이메일을 주고받던 중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수신인이나 참조인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 간부로부터 뜬금없이 답장이 왔는데, 본문에는 자신들이 보냈던 편지 원문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메일까지 감시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회사 측은 보안서약서를 들고 와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고 직원들은 주장했다.
서약서에는 "회사가 직원 이메일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복수의 직원들은 "가뜩이나 임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연결된 사무실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업무용 수첩까지 검사받던 터라 반발했지만 역시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일부 직원들이 떠나도 달라진 건 없었다고 한다. 직원 수 100명 규모의 회사에서 지난 3년간 퇴직한 직원은 23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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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함에 반성문까지…모두 알고 있지만"수도권의 한 의류업체 직원 A씨의 경우 올해 초 "아이큐(IQ)가 몇이냐"라며 고함을 지르는 상사 앞에 서서 1시간을 버텨야 했다.
또 기한 내 일 처리를 끝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성문을 쓰거나, 상사 스마트폰을 최저가에 사 오라는 지시를 받아도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다 보니 징계위원회에서 처분이 내려지지 않으면 달리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없기다고 A씨는 말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A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직원 간 관계가 아닌 것 같다"며 "회사 내부에선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 온라인 메신저가 대안 될까?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 단체에 접수된 숱한 '갑질' 제보 가운데 대부분은 A씨와 같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이었다.
이 가운데 임금 문제(24%)가 가장 많았고, 상사 또는 동료가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직장 내 괴롭힘(15.1%)'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메신저로 모임을 꾸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간호사들의 선정적인 장기자랑으로 물의를 빚었던 성심병원 경우 네이버 밴드에서 모인 2천여 명이 결국 노동조합까지 결성하는 데에 이르렀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온라인 메신저가 갑질을 타파하는 조직을 구성하는데 새로운 창구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