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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는 왜 보수의 표적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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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멜 누군가가 필요" "문 특보 얘기는 상식적"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사진=윤창원 기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최근 미국 유력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주한미군 철수'로 해석되는 기고문을 실으면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문 특보는 과거에도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적이 있어 문 특보 언행을 놓고 보수 언론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며 주의를 촉구했지만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보직 박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남남갈등·한미동맹 균열 불씨로 떠오른 문정인

문정인 특보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상주하지 않고 한 명의 학자로서 자유롭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사안을 조언할 수 있는 외교안보특보직에 임명됐다.

하지만 임명 직후부터 한반도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를 청와대 참모들과 달리 자유롭게 언급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6월16일(미국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 공동 주최 세미나와 이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한 발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부가 결정됐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뤄진 사드배치 결정 자체는 뒤집지는 못했다.

다만 강화된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임시배치 사드 포대 한국 전개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국방부 보고 라인을 질책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을 문제삼아 문 대통령과의 취임 축하 전화를 미루고, 중국 국민들은 한국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등 청와대 입장에서는 G2(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양새였다.

당시 "그게 무슨 한미동맹이냐"는 문 특보의 발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진영에 적잖은 파문을 던졌고 이후 문 특보는 한미동맹 균열의 '표적'이 됐다.

보수 언론은 '문정인 발언은 북한 비핵화 포기', '한미 입장 뒤집고 북한 논리 대변', '미국의 한국 불신 동맹 위기'라며 대대적으로 문 특보를 공격했다.

뜻하지 않은 암초에 청와대는 정의용 안보실장 명의로 문 특보에게 "해당 발언이 앞으로 있을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1차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특보는 이후에도 왕성한 대외활동을 이어가며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해야 한다"(지난해 9월14일 국회한반도평화포럼), "김정은은 강단 있는 지도자"(1월4일 인터뷰),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한다"(2월27일 민주평통 워싱턴 포럼) 등 대통령 특보와 학자 사이에서 민감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사진=자료사진)

 

◇ 맥락상 '주한미군 철수' 주장 아냐…"문 특보 억울한 면 있어"

문정인 특보가 최근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문 특보는 문제가 된 기고문에서 "(평화)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다.(It will be difficult to justify their continuing presence in South Korea after its adoption)"라고 언급했지만,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주한미군 철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다.

문 특보는 바로 뒷 단락에서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는 강력한 보수층의 반대가 있을 것이고 이는 문 대통령에게 있어 주요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But there will be strong conservative opposition to the reduction and withdrawal of U.S. forces, posing a major political dilemma for Moon)"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과 미국이 각자의 입장에서 비핵화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협상에서 타협이 필요하며, "한국 또한 국내적 제약 조건에서 자유롭지 않다(South Korea is not free from domestic constraints either)"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주한미군 문제를 예로 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는 한국 내 보수층의 반대로 힘들 것이라는 국내의 현실을 설명한 것이지 주한미군 철수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지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해당 기고문을 보고받은 뒤 곧바로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이지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대변인 명의의 긴급 브리핑까지 하게됐다"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살얼음판을 걷는 현재 상황에서 주한미군 문제로 조금이라도 빌미를 줄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고 또 북미 정상회담까지 남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 하나라도 조심해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의도와 관계없이 폭발성 있는 주한미군 문제가 혹시나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가리는 이슈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청와대가 문 특보의 기고문이 알려진 직후 "학자 개인의 의견"이라고 해석했다가 이후 "대통령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적극 개입한 것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칫 한미동맹 균열 등의 보수진영 논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는 행정 위에 있는 것 아니겠냐"며 "문 특보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여당 중진 의원도 "평화협정을 맺고 종전이 되면 당연히 주한미군 얘기도 할 수 있다. 문정인 특보 얘기는 상식적"이라면서 "다만 지금은 민감한 시기여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의 문정인 특보 비판과 흠집내기는 문재인 정부 흔들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는 상황에서 입지가 좁아진 보수진영이 공격하기에 안성맞춤인 인사가 자기주장을 선명하게 펴는 문정인 특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를 알고 있는 청와대가 보수 정치권의 문 특보 해촉요구를 받아들일리는 없다. 그럴수록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의 문 특보 흠집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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