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희, 규정 지킨 사무장에게 ‘커튼 왜 걷었냐’ 호통
- 조합원들, 노조위원장 직선제 선출 원해
- 집회 참여 망설이지 말고 동료들과 함께 해주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5월 3일 (목)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건흥 기장(대한항공)
◇ 정관용> 대한항공 파문, 일파만파 커지고 있죠. 직원들의 용기 있는 증언, 제보가 이어지면서 지금 이제 경찰, 관세청 수사가 진행 중이고요. 내일은 광화문에서 조 씨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촛불집회까지 열린답니다. 현직 직원 한 분 목소리 들어보겠는데요. 지난 1일이었죠. 조현민 전 전무가 경찰에 출석할 때 바로 그 현장에서 1인 시위도 하셨던 대한항공 현직 기장 이건흥 기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건흥>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1인 시위할 때 걱정되지 않으셨습니까?
◆ 이건흥> 나가기 전에 좀 고민을 했었는데요. 대한항공이 총수일가를 지키려면 저를 징계하는 게 아마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서 징계를 안 할 거다라는 판단도 있었는데 혹시라도 징계를 하더라도 노조에서 좀 지켜주지 않겠느냐 저는 그런 믿음을 갖고 나갔습니다.
물벼락 갑질로 수사 대상에 오른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가 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 정관용> 1인 시위하실 때 피켓에 조현아, 조현민 퇴진 하고 물음표를 찍고 두 번 속으면 바보, 아이 윌 비 백 이렇게 쓰셨던데 그러니까 퇴진했지만 또 돌아올 거다 이런 얘기신가요?
◆ 이건흥> 아마 감옥을 가더라도 형기 채우면 다시 또 복귀할 거고요. 아마 대통령 탄핵하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직접 이건흥 기장도 조 씨 일가를 태우고 비행하신 적 있으세요?
◆ 이건흥> 몇 번 있었고요. 최근에는 지난 1월에 한 번 조양호 회장하고 그 부인 그리고 조현민 전 전무 이렇게 3명이 같이 타고 갔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몇 번 태우고 비행하실 때 직접 목격하시거나 경험한 불합리한 일들이 있었습니까?
◆ 이건흥> 비행 중에 제가 난기류가 좀 있어서 좌석벨트 표시등을 보통은 심하지 않을 때는 한 번 켜고요. 심하면 띵띵 이렇게 두 번을 켜거든요. 그래서 두 번을 켜게 되면 승무원들도 위험하기 때문에 전부 다 앉아서 좌석벨트를 매야 됩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되면 승무원들은 일반 승객 좌석이 아니라 항공기 출입문 옆에 있는 접었다 폈다 하는 점프시트라고 불리는 자리에 앉아서...
◇ 정관용> 알고 있습니다.
◆ 이건흥> 좌석벨트를 매는데요. 승무원들이 앉는 점프시트와 승객들이 앉는 그 객실 사이에 보통 비행 중에는 커튼을 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건흥> 그런데 승무원들이 점프시트에 앉아 있을 경우에는 커튼을 쳐놓으면 객실 내에서 승객이 좌석벨트를 풀고 돌아다니는지 이걸 파악할 수가 없거든요.
◇ 정관용> 못 보죠.
◆ 이건흥> 그래서 보통의 경우에는 커튼을 걷어서 시야를 확보하도록 규정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퍼스트클래스 1등석에 있던 일반 승객 한 분이 화장실이 워낙 급했는지 거의 빛의 속도로 해서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본 이명희 여사 그분이 사무장을 불러서 커튼을 왜 걷었냐.
◇ 정관용> 커튼을 걷어놔서 화장실 들어가는 걸 내가 보게 됐다, 이 말이군요.
◆ 이건흥>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비행 규정상 커튼은 걷어야 맞는 거죠?
◆ 이건흥> 네, 맞습니다. 승무원은 규정에 따라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거고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규정이 이렇게 돼 있어서 이렇게 해야 됩니다라고 설명을 하면 모두 다 수긍을 하죠. 그런데 그분께서는 실제 수긍을 안 하고 계속해서 따지셨다고 그래요.
◇ 정관용> 규정이 그렇다고 설명을 해도?
◆ 이건흥>네. 그래서 사무장은 잘못한 것도 없이 계속 그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그러다가 옆에 있던 조양호 회장이 규정이라고 하니까 그만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이건흥>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 사무장 혹시 징계 안 당했나요?
◆ 이건흥> 그런 얘기는 못 들었고요. 현실적으로 승객이 그렇게 빨리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면 그걸 제지를 할 수가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내일 촛불집회 열리는데 이건흥 기장께서는 내일 비행이 있어서 거기에 참석 못 하신다고요?
◆ 이건흥> 진짜 안타깝습니다. 저 거기 꼭 가고 싶은데 내일 비행이 있어서 정말 너무 아쉽네요.
◇ 정관용> 내일 그 집회에 몇 명 정도 참석할 걸로 예상하세요?
◆ 이건흥> 제가 점쟁이가 아니라 알 수가 없는데요.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한 1000명 왔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대한항공 노조가 지금 대한항공 직원들과의 관계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별로 노조가 그런 대표성을 못 갖는 것 같더니 이제는 좀 달라지고 있나요?
◆ 이건흥> 노조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하라는 구호도 거기서 외쳤다고 하는데요. 그 집회에 사람들이 몇 명 안 나왔데요. 여전히 대한항공 직원들은 노조를 불신하고 있는 걸로 그렇게 보입니다. 지금 제가 보기에는 핵심적인 게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고 이제 노조위원장을 자기 손으로 직접 뽑고 싶어 하거든요.
◇ 정관용> 지금 직접 못 뽑아요?
◆ 이건흥> 네, 지금은 간접선거로 해서 대의원들이 위원장을 뽑는 그런 식으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뜻을 생각한다라고 하면 규약을 개정해서 조합원들이 직접 뽑을 수 있게 추진을 해야 되는데 그런 작업이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안 되고 있더라고요.
◇ 정관용> 대한항공 노동조합의 노조위원장 직선제 쟁취부터 하셔야 되겠네요.
◆ 이건흥> 그게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끝으로 우리 청취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한말씀 하시죠.
◆ 이건흥> 내일 두려움 때문에 가면까지 쓰고 나와서 조양호 일가 퇴진을 외치거든요. 저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항공 직원들 중에 많은 분들이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분들 많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렇겠죠.
◆ 이건흥> 내일 나가야 되나, 나가야 되는데 괜찮을까. 저는 그분들한테 고민하지 말고 동료들과 같이 자리를 좀 하고 두 손 맞잡고 꼭 놓지 말고 계속 나갔으면 하고요. 청취자분들께도 좀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혹시라도 광화문 근처에 계시다면 그 옆에 가서 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이건흥> 응원 좀 해 주시길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 정관용> 함께 손잡고 그 손 놓지 말자. 여기까지 고맙습니다.
◆ 이건흥>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대한항공의 이건흥 기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