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으로 네이버가 댓글 정책을 개편한지 일주일이 지난 2일, 뉴스 댓글 공감 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댓글 '공감수' 클릭이 24시간 내 50회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다만, 반복성 댓글은 여전했다.
이날 네이버 뉴스서비스 이용현황을 분석한 누리집 '워드 미터'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 기준, 네이버 뉴스 전체 공감·비공감 합계는 177만 4003회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비)공감 합계는 245만 7365회로,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보다 506만 4482회 줄어든 수치다. 뉴스 댓글 서비스를 개편한 25일 이전엔 600만을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댓글 수도 총 26만 8166건으로 지난주보다 16.6%(4만 4569건) 줄었다.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에 따른 댓글 조작 파문이 불거진지 열흘 만에 뉴스 댓글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나의 계정으로 무제한 누를 수 있었던 뉴스 공감 수를 하루 50개로 제한했다.
기사당, 1개 아이디로 작성 가능한 댓글은 기존 20개에서 3개로 제한했다. 댓글 작성 간격도 10초에서 60초로 확대했고, 연속 공감 클릭도 10초 이내엔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나 동일한 댓글을 반복해서 올리는 시도는 막지 못했다. 동일 기사 댓글을 최대 3개까지만 허용한 정책은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조금만 손보면 충분히 댓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댓글 사용자 순위 1위로 집계된 'pant'로 시작하는 아이디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30개에 달하는 동일한 댓글을 기사를 바꿔가며 달았다.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해당 아이디 사용자는 댓글 개편 이전에도 한 기사에만 열 개가 넘는 같은 댓글을 반복해 달기도 했다. 뉴스 댓글 정책이 바뀐 25일부터는 기사당 댓글 수가 3개로 제한되자 비슷한 내용의 다른 언론사 기사를 찾아 댓글을 작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nall'로 시작하는 아이디는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된 27일부터 다음날까지 24개의 같은 댓글을 달았다. 마찬가지로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이한 점은 동일한 내용에다 맨 앞에 'ㅋ', 'ㅌ', 'ㅋㄷ', '쓰' 등의 문자나 글자를 입력해 다른 댓글처럼 보이려했다는 것이다. 같은 댓글이 반복되면 댓글 입력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 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댓글 정책을 내놔도 이를 우회하는 수법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모든 해킹을 방어할 수 없듯 모든 매크로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아웃링크, 낚시성 뉴스·자극적 광고·해킹 등에 노출↑ 막무가내식 도입은 '무리'
네이버 본사 (사진=자료사진)
네이버가 콘텐츠 제휴 매체를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선 뉴스 아웃링크 전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26일 인링크 제휴를 맺고 있는 124개 언론사 앞으로 "큰 틀에서 아웃링크 전환에 참여할지, 현행 인링크를 유지할지 5월 2일 오후 1시까지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댓글·공감수 조작 파문으로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방식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일부 언론사에서 제기한 '아웃링크' 방식에 찬반 의견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네이버가 뉴스 공급 방식 개편 책임을 언론사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네이버 측은 "계약 당사자인 언론사 의견을 받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의견을 내지 않은 곳도 있고, 프라이버시상 매체 실명은 공개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제휴사들의 의견이 모두 수렴되면 네이버는 아웃링크 찬반 비율 정도만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답을 주지 않은 언론사의 경우 무응답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아웃링크 전환을 요구하는 언론사들은, 뉴스 제목을 클릭해서 들어오는 트래픽을 모두 자사로 유입해, 언론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독자들을 머물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네이버가 인링크 방식으로, 다른 업체 사이트로 이탈하지 않게 묶어두려는 이른바 '가두리 어장' 같은 뉴스 배치를 더 이상 못하게 하고, 네이버에 넘겨준 뉴스 편집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웃링크로 전환하게 되면 네이버는 더 이상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언론사는 네이버로부터 그간 받아오던 콘텐츠 제공 비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모가 큰 언론사들은 전재료를 끊더라도 아웃링크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이 충분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모바일에 특화된 영상 콘텐츠 등으로 온전히 거둬들이는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 언론사의 경우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은 곳은 기사 생산량도 많지 않아 노출 빈도도 적을 수밖에 없다.
아웃링크 전환의 관건은 "편의와 보안의 위협에서 언론사들은 준비가 돼 있냐"는 것이다. 지금도 기사 본문을 가리는 등 '덕지덕지' 붙은 배너광고들과 '움짤'로 보이는 선정적인 광고 등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인지? 늘 도사리고 있는 해킹의 위험에서 언론사들은 이를 막을 준비가 돼 있는지? 트래픽을 감당할 능력은 있는지?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한다. "트래픽 유입을 위한 낚시성 기사나 가짜 뉴스, 각종 자극적인 광고 등에 뉴스를 보러 왔다가도 염증을 느껴 떠나는 독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아웃링크로 가더라도 기사 배치 등 편집 이슈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웃링크 방식'의 구글은 뉴스를 별도 메뉴에 마련했다. 기사의 속보성, 언론사 신뢰도 등 10여 개 항목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자동 편집한다. 사람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선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AI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 또한 구글 직원이다.
아웃링크가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아웃링크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이미 짓고서 이를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사들의 주장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제휴 언론사마다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네이버는 이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장 100% 아웃링크 전환 시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사는 상위 20개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김승주 교수는 "아웃링크로 전환되면 중소 언론사의 경우 트래픽이나 해킹 등을 감당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찬반 조사는 필요해 보인다"면서 "일부 매체는 아예 댓글을 폐지하자고 하는데 이는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차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웃링크 전환을 검토해보고 있다. 다만 일단 아웃링크 요구가 일부 언론의 의견인지 다수 의견인지 파악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면서 "의견 수렴 결과를 어떤 식으로 발표할지, 어떻게 활용할지 등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