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입형 생리대 '탐폰'의 부작용인 독성쇼크증후군(TTS)으로 심각할 경우 하체 절단이나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화학 솜이나 유기농 솜 소재에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같은 노출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생리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위생적이라고 알려졌던 실리콘 '생리 컵'도 탐폰처럼 독성쇼크증후군을 유발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생리 컵은 지난해부터 국내 판매가 허용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프랑스 클로드 베르나드대(University of Claude Bernard) 연구팀은 최근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간하는 '음용 및 환경 미생물' 저널에 여성 위생용품 실험을 통한 독성쇼크증후군 원인 연구 논문을 실었다.
생리혈을 흡수하는 탐폰 사용으로 드물게 세균감염에 의한 고열, 구토, 발진, 복통, 근육통, 신장 및 폐부전이 빠르게 진행돼 심하면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이같은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탐폰 사용자의 경우 자주 교체해줘야 한다고 조언하는 수준이다. 1년에 1만 명당 2명 꼴로 환자의 95%는 16∼25세 여성이다.
연구팀은 독성쇼크증후군의 원인균으로 알려진 포도상구균 확산에 교체형 탐폰과 재사용 생리 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지난 2014년 독성쇼크증후군을 겪은 환자로부터 떼어낸 세균을 최근 출시된 탐폰 11종과 생리 컵 4종에 배양한 뒤 밀봉해 8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탐폰을 만든 소재에 상관 없이 섬유 사이의 산소량이 포도상구균이 더 잘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라드 리나(Gerard Lina) 미생물학 교수는 "유기농 순면(organic cotton)으로 만들어진 탐폰이 합성 섬유(레이온)나 일반 면 소재로 만든 탐폰 보다 더 안전하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며 "질내 탐폰의 섬유층 공간이 산소를 머금으로써 포도상구균을 확산시켜 독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에서 특히 인기인 생리 컵은 탐폰보다 박테리아가 더 많이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 컵은 형태와 용량때문에 포도상구균이 생리혈과 함께 쌓이면 살균이 어렵고 직접 감염 위험이 높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위험성에 경고를 더하고 있다.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 대학병원(SIUH)의 산부인과 및 로봇수술 담당 디렉터인 아디 다비도프 교수는 "지난 수년 간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탐폰이 독성 쇼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지만, 이번 발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독성 쇼크는 모든 탐폰과 생리 컵에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의료기관 연합 단체인 노스웰 헬스(Northwell Health)의 외래진료과 공동책임자인 질 라빈 박사는 "탐폰이나 생리 컵을 사용한 뒤 발열이나 오한, 발진 징후가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즉시 제거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2년 유망한 패션모델 로렌 와서(Lauren Wasser)는 탐폰 부작용으로 독성쇼크증후군을 겪은 뒤 양쪽 감염증이 심해져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녀는 재활 뒤 탐폰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성쇼크증후군이 일반적인 증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1978년 처음 발견된 독성쇼크증후군은 1980년에는 812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으나, 탐폰 제작 기술의 발전으로 2016년에는 40건만으로 줄었다. 원인균으로 지목된 포도상구균은 사람의 신체나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지만 신체 면역체계가 이를 충분히 차단하고 제거함으로써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량 이상의 포도상구균이 증가하면 더 강력한 독성을 발휘하는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전체 여성의 20%에게 독성쇼크증후군의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평소 면역력이 약해 여러 질환을 앓고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탐폰은 흡수력이 좋은 것보다 낮은 것을 사용하고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6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생리 기간에는 여성 피임도구 사용을 피해야 한다.
생리 컵은 사용 전 세정제 등을 이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사용시간 역시 6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하며 사용 뒤에는 단순히 씻기보다 젖병처럼 5~10분가량 끓는 물에 삶거나 젖병 소독기 등으로 살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