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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단축? 취지 공감하지만" vs "당장 힘들어도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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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엔터업계 골머리 上]

드라마 촬영 현장.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자료사진/노컷뉴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개정 근로기준법 때문에 방송·영화·가요 등 엔터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월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휴식을 보장한다는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연예산업 특수성을 모르는 처사'라고 하소연한다. 반면 소수지만 '당장은 힘들어도 가야할 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인력으로 현재의 업무량을 다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요 연예기획사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남경 팀장은 "만약 해외 스케줄 때문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정이 있다면, 매니저를 중간에 교체해야 하느냐"며 "차라리 근로시간 제한이 아니라 매니저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2교대 혹은 3교대 형태로 인력이 늘린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전반적인 지출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쪽은 제작비가 지금보다 상승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단법인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국장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방송을 제조업 같은 기계적인 형태로 재단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하나, 세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례업종으로 넣어주거나, 인건비 상승에 따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사무국장은 "우리는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가 전부인데, 턱없이 부족하다"며 "불공정 관행 타개를 위해 제작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맞추는 것에도 허덕이는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추가 제작비용을 감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영화업계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 A씨는 "제작자인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가 엄청 많은데,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개량화한 업종과 동일하게 판단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스태프들이 촬영과 미술 등 사전 세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내가 15분 안에 끝내라고 계량화 할 수 없다. 팀마다 다르다"며 "세팅 시간이 길어져 시간이 다 갔다면, 근로시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사전에 세팅을 하고, 촬영 중에는 끝까지 지켜보고, 끝나면 철수 작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스태프 숫자를 증원해야 하고 이 역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나마 나는 굉장히 성공한 영화가 많은 운 좋은 제작자인데도 이렇게 부담감이 생기는데, 지금 신생업체나 힘없는 제작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드라마 촬영 현장.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자료사진/노컷뉴스)

 

◇ "힘들다고? 그럼에도 가야할 길"

하지만 "당장 힘들어도, 그럼에도 가야할 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MBC 김민식 드라마 PD는 "한국 드라마 제작현장의 노동 강도가 너무 힘들었던 건 사실이고,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이런(근로시간 단축) 방향으로 가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2회 드라마 편성은 없다. 일드나 미드는 다 주1회 편성이다"면서 "(법이 시행되면) 제작사 같은 경우는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방송사도 인건비 상승에 대해 부담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제작사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주우 사무국장 역시 "1주일에 2편씩 찍는 구조는 매일 밤을 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촬영장에서 나온 모욕적인 언행 등은 시간에 쫓겨 매일 밤을 새니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어서다. 조명기를 잡고 자는 스태프들이 비일비재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 52시간 촬영시간이 정해진다면 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방법을 더 고민하게 될 거고, 아마 제작비도 합리적으로 맞춰서 할 수 있는 상황이 분명히 발생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일본, 미국 등 선진사회는 다 시간에 맞춰서 끝낸다. 외국 촬영 나가면 배우 스태프들이 (오후) 6시 넘으면 손을 딱 떼고 일어난다고 한다"며 "그렇게 해서 제작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나라도 노동으로서의 인정을 받아서, 방송 환경들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 B씨 역시 "할리우드나 일본, 홍콩처럼 시스템 구조가 바뀌지 않고서는 힘들것이다"며 각 분야 인력을 선진국처럼 전문화·분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한국의 경우 일당백이다. 소위 창작자도 막노동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전문 기술도 알아야 하지만, 땅 파는 일과 같은 막노동을 잘해야 일 잘하는 스태프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는 연출부가 없다. 스크립터와 조감독만 있다. 전문으로 평생 그것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촬영부도 굉장히 많다. 전문화·분업화가 안 이뤄졌다는 의미다. 전문화되어야지 노동시간과 조건을 맞출 수 있다. 아니면 준비하다가 끝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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