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진=임상훈 기자/자료사진)
GM이 오는 20일을 한국지엠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지을 '최종 시한'으로 못박으면서, 한국지엠 노사가 닷새 안에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M은 이날까지 노사가 교섭을 타결짓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지엠 철수와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현재 재무·인사·법무 관련 부서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중이다.
GM과 한국지엠 사측이 여러 차례 밝힌대로 운영 자금이 바닥나는 오는 20일까지 노사가 비용절감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한 내부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앞서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지난 12일 (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지엠 사태와 관련해 "오는 20일이 구조조정 합의의 데드라인"이라고 밝혔다.암만 사장은 "우리가 선호하는 길은 성공적인 결과를 찾는 것이고 그것이 모든 주주들을 위해 옳은 일"이라면서 "하지만 모두가 다음 금요일(20일)에 (협상)테이블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한국의 법 절차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방한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시한 내 노사 간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내놓지 않으면 부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오는 20일이 데드라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GM 경영진 '노사 합의 비관론' 팽배… 엥글 사장, 법정관리 준비 작업 지휘
특히 GM 경영진 가운데 엥글 사장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엥글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지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평균 2주에 한번씩 방한해 2~3일간 한국측 인사들과 접촉한 뒤 출국하곤 했지만 이번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방한한 엥글 사장은 이번주까지 한국에 머무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국지엠의 '진로'를 놓고 중대 결정을 내리는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GM은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차입금 출자전환과 신차물량 배정,연구개발(R&D)신규 투자 등의 회생 방안을 내놓으며 한국에서 계속 사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GM의 내부 분위기는 법정관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GM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노사 협상이 두 달 넘게 제자리를 맴돌자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비관론이 GM 내부에서 커졌다"고 말했다.
GM이 법정관리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데에는 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칙적 대응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은은 한국지엠 사태의 해결을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격한 실사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당초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당초 3월말 실사 마무리를 기대했던 GM으로서는 5월 초에나 실사가 끝날 것이라고 산은이 밝히자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산업부가 한국지엠 부평·창원 공장 '외국인 투자 지역' 지정 신청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하는 것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달 말에는 운영자금이 바닥나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이달 직원 임금 1000억 원과 지난해 성과급 720억 원, 희망퇴직자 위로금 5000억 원, 협력사 부품대금 3000억 원 등 이달에 필요한 운영자금만 1조원에 달하는데 자력으로는 지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GM은 비용절감에 대한 노사 합의가 없을 경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외부 지원이 없으면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 지원의 전제조건인 노사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GM과 한국지엠은 자금 고갈이 예상되는 오는 20일 이전에 한국지엠 노사가 비용절감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GM은 산은과 산업부가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자구안과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한내 노사 합의마저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회생 계획을 거의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조, 16일 임시대의원 대회…"협상 재개· 파업 등 향후 방침 결정"
한국지엠 노조는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노조는 사측 과의 임단협 8차 협상이 무산된 지난 12일 이후 연일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노조 측은 "최근 사측이 협상장 내 CCTV 설치를 요구해 협상이 무산되는 등 불성실한 교섭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사측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노조는 그러나 상황이 급박한 만큼 16일 오전 인천 부평공장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교섭 재개와 파업 등을 포함한 향후 활동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직원 1만여 명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 등 30만 명이 실직 위험에 빠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현재와 같은 노사 대립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제시한 시한이 닷새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