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지난달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함을 치고 물을 뿌린 일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이 또다시 갑질논란에 휩싸였고 회사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언니의 갑질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생 마저 갑질논란을 일으켜 회사내부에서도 어이없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잇따르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자녀들의 갑질은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공인이면서도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어이없는 일을 저질러도 자리는 그대로 지키는 일이 계속되고 내부 자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회의 도중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물을 뿌린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조씨집안 전체가 어째 다 이러냐" "이 집안 참 문제 있다. 이래서 우리나라는 가족 되물림 기업이 문제인거야" "갑질 자식들 교육은 바닥이니 이 집안 욕할거 하나도 없어 대한항공 계속 타주는 우리들이 바보지" 등 비판글이 쇄도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될 행동으로 더 할말이 없습니다.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됐는데 제가 감정을 관리못한 큰 잘못입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걸로 끝날 조짐이다. 사과와는 별개로 피해자의 대응여하에 따라 법적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회사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간부이자 공인으로서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을 했다면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절차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이번일과 관련해 물러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차마해서는 안될 행동을 해도 공인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해도 그래서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실추와 커다란 피해를 입혀도 아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실 과거의 유사사례에 비춰봐도 대한항공에서 갑질에 대한 책임을 묻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12월 미국에서 이륙중인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다가 기내서비스를 문제삼아 행패를 부리고 비행기를 되돌려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재판까지 받았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지난달 29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등기임원(사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시켰다. 한진그룹은 '오랜 기간 동안 한진그룹 관련 국내외 호텔을 경영해온 풍부한 경험'을 발탁 배경으로 내세웠다. 이 인사에서 과거의 갑질 물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연 조양호 회장 일가가 아닌 일반인 임원이라도 갑질 물의를 빚은 뒤 자숙의 시간만 가지면 복귀가 가능할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공인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갑질을 하고도 경영복귀가 가능한 건 재벌가의 족벌경영 때문이다.
어떤 잘못을 해도 사주 일가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없고는 한 집안에서 제2 제3의 갑질이 계속 나오기 어렵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외 항공산업 상황만 해도 그룹이 어려운 처지에, 사주일가의 자녀들이 돌아가며 갑질논란을 불러 일으켜 그룹이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고 있지만 사주일가에게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은 대한항공의 사례를 두고 한 말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