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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우리민족만큼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情)을 중요시한 민족도 없었다. 설과 한가위 등 민족 고유 명절에는 평소에 지인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작고 소박하지만 집에서 직접 만든 선물을 수줍게 내밀곤 했다.
명절선물은 한 시대의 경제수준이나 생활습관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세월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 신세계백화점 바이어들을 통해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명절선물 변천사''를 짚어봤다.
◈ 1950-60년대…계란·밀가루·참기름 등 생필품 인기6.25 이후 사회복구에 여념이 없었던 50년대에는 선물이 아직 상품화되지 않아 밀가루와 쌀, 계란, 찹쌀, 돼지고기, 참기름 등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농수산물을 직접 주고 받았다.
이후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던 60년대에는 설탕과 비누, 조미료 등 일상생활에 절실한 서민 생필품이 선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선물 종류는 약 100여종. 이 가운데 설탕은 물자가 부족했던 60년대 최고의 선물이었다.
50-60년대에는 산업화가 미처 이루어지지 못한데다 먹는 문제마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또 규격화되고 편리한 공업제품들이 희귀했던 시대였던 만큼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품목들이 인기였다. 이밖에도 아동복과 내의 등 직물류가 인기 선물에 속했고 가격은 2,000-3,000원대였다.
선물구매 장소로 백화점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때였다. 60년대부터 백화점들은 추석 신문광고를 집행하고, 한장짜리 추석 카다로그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추석 판촉행사를 시작했다.
◈1970년대…커피세트·스타킹 등 공산품의 빠른 확산
70년대는 산업화가 이뤄지고 고도성장의 기반이 갖춰짐에 따라 국민생활도 이전보다 풍요로워졌다. 선택하는 선물의 경향도 예전과 바뀌었고 선물 종류도 1,000여종에 달할 만큼 다양해졌다.
특히 공산품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식용유와 럭키치약, 와이셔츠, 피혁제품, 주류 등 3,000-5,000원대 선물이 등장했다. 생필품 중심에서 기호품 성격으로 빠르게 이동했던 시기.
또한 커피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모든 과자류가 조금씩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는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다방문화와 커피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선보인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는 추석선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커피는 설탕과 조미료세트에 이어 당시 백화점 선물 매출액 3위를 차지했다.
70년대 또 하나의 재미있는 현상은 화장품과 여성용 속옷, 스타킹 등이 지금과는 달리 상당히 비싼 고급 선물로 국민들에게 인식됐다는 점이다.
이 시기 또다른 특징은 텔레비젼과 전자보온밥통, 전기밥솥, 가스렌지 등 가전제품이 본격적으로 선보였다는 것. 당시의 급속한 산업화와 전자제품의 대중화를 엿볼 수 있다.
◈ 1980년대…신변잡화와 고급 식품세트 등장80년대는 경제가 대중소비사회로 접어들면서 급속한 경제성장기에 들어감에 따라 선물도 고급제품 위주로 다양화됐다. 획일적 선물이 아닌 상대방에 맞춘 선물 등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으며 선물 종류는 3,000여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넥타이와 스카프, 지갑, 벨트, 양말세트 등 신변잡화 함께 가장 보편적인 선물로 급부상한 것이 식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육세트와 고급과일, 참치, 통조림 등 규격화된 세트였다.
80년대의 또하나의 특징은 선물 문화가 정착됐다는 점이다. 신규 백화점의 출현과 다점포화 그리고 상품개발 및 배달 서비스, 소비자의 소득향상 등이 그 요인으로 분석된다.
◈ 1990년대…선물 양극화 시작, 상품권 등장
90년대의 특징은 고가제품과 실용적인 중저가 세트로 선물이 양극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의식 및 당시의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의 알뜰구매 현상에 따라 실용적인 중저가 상품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기치 아래 식품의 경우 햄과 참치 등 규격화된 상품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대신 이 자리를 지역특산물이 채웠다. 또 식품보다 두고두고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변 잡화부문이 강세를 보인 시기였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인삼과 꿀, 영지 등 건강 기호식품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문화에 갈증 욕구에 풍요로움이 겹치며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상품권이 본격 등장했다. 상품권은 선물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성향이 중시되는 경향에 편승해 대표적인 선물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골프와 헬스기구 등 스포츠.레저에 관련된 선물도 등장했다.
◈ 2000년대…양극화 심화, 웰빙선물 인기2000년대는 이전에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고가제품과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인 중저가로 선물세트로 명절선물이 양분되는 시기였다. 전통적으로 많이 찾는 정육 세트외에도 와인과 올리브유 등 이른바 웰빙 상품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개성이 강해지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듯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도 인기있는 명절 선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자녀가 좋아하면서도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선물이 인기다. 전자완구류와 입체서적, 퍼즐, PMP는 물론 재테크를 위한 금융상품 선물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