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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그런 건 잘 몰라요. 그냥 음악이 좋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가왕'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데뷔한 조용필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한 뒤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솔로 1집으로 국내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스타 탄생의 서막을 알렸다.
컬러TV 시대가 도래한 1980년대 '오빠 부대'를 거느리며 큰 인기를 누린 그는 2013년 세대를 초월한 명반인 19집 '헬로(Hello)'까지 총 19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꾸준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조용필은 11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차 한 잔 할까요?'를 개최하고 취재진과 만났다. 흰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에 등장한 조용필은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너무 행복하다"고 운을 뗀 뒤 "지난 반세기, 5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다"며 "깊은 관심에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이어 그는 자신의 가요인생 5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은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가 맡았다. 우선 조용필은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소감을 묻자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이런 건 잘 모른다. 오랫동안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음악이 좋았고, 다른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좋아하면 감동을 받아서 계속 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을 묻는 말에는 "솔직히 주변 상황들로 인해 '그냥 가자'고 했던 앨범도 있지만 대부분 정성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앨범이 가장 좋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곡으로 따지면 있을 수 있다"며 '꿈'과 '추억 속의 재회'를 애착이 가는 곡으로 꼽았다.
팝록을 내세운 19집 '헬로'를 통해 청춘과 교감하는 혁신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며 음원차트와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던 조용필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지금 젊은이들이 저를 알게 되면 더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저와 잘 맞는 장르를 찾고 찾은 끝에 '바운스'와 '헬로'라는 곡이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19집의 큰 성공은 압박감과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고백 했다. 조용필은 20집 발매 계획을 묻자 "수많은 곡을 접하고 만들었다. 현재 6~7곡 정도 완성되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앨범인 19집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과해서인지 제 마음에 들지 않더라. 현재는 5월 투어 공연에 매진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아마 올해는 나오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새 앨범을 아우르는 음악 장르를 귀띔해달라는 물음에는 "지금 하고 있는 건 전무 빠른 미디움 템포"라고 답했고, EDM 장르의 신곡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돈 것에 대해선 "요즘 사운가 전부 EDM이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EDM 중에선 앨런 워커의 음악이 제 취향이다. 제일 깔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용필은 "매일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고 밝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나이가 들면서 몸은 점점 늙어가지만 음악을 매일 들으며 감각은 유지하려고 한다"며 "요즘 음악도 많이 듣는데 좋은 가수를 발견하면 앨범 전체를 들어본다. 기타리스트 출신인 만큼, 들으면서 코드를 전부 적는 편"이라고 밝혔다.
진행자가 '방탄소년단과 엑소 노래도 듣냐'고 묻자 "그럼요"라며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의 공연도 유튜브로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왜 유명한가' 하고 살펴보면 노래를 잘한다든지 또는 잘생겼다든지 분명한 이유와 매력이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자신만의 건강관리 노하우도 언급했다. 조용필은 "소식하는 편이고, 간식은 전혀 먹지 않는다. 술 안 한지도 꽤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중저음을 내는 힘이 떨어지는데, 스튜디오에서 중저음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최근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학계·공연·미디어·마케팅 등 조용필의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는 조용필의 음악 인생을 조명하는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추진위는 안성기, 유희열, 유재석, 빅뱅 태양, 이승기 등 각 분야 스타들이 조용필의 50주년을 축하하는 릴레이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아이유의 축하 영상이 공개됐다. 이를 통해 아이유는 조용필의 '나는 너 좋아'를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조용필은 "후배들이 제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며 "예전에는 승낙을 안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후배 뮤지션들이 음악을 너무 잘해서 맡길 수 있다"고 화답했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편 조용필은 데뷔 5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개최한다.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 중 서울 공연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조용필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7번째다.
조용필은 "모든 가수들이 그렇겠지만, 공연을 보고 만족스러워 하는 관객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기자간담회 말미 조용필은 "5~6살 때 하모니카로 동요를 연주한 게 첫 시작이었다. 그 뒤 축음기를 통해 가요를 접했고, 라디오를 통해 팝을 알게 됐다. 서울에 와서 기타를 쳤고, 열심히 하다 보니 미8군 무대에 올라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50년을 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냥 음악이 좋아서 계속 했고,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으며 배워가게 됐다"며 "아마 죽을 때까지 배우게 될 것 같다"며 음악에 대한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